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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음식점서나 맛본다는데… 짜장 라면에 트러플 오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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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음식점서나 맛본다는데… 짜장 라면에 트러플 오일을?

입력
2019.03.08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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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화이트 트러플을 추천합니다. g당 14달러죠. (…) 20g이라니! 이번 시즌 최대량이네요.”

금융ㆍ법조계를 그린 미국 인기 드라마 ‘빌리언스’ 시즌3 3화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최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은 변호사 아이라와 그의 애인 이야기다. 아이라는 이날만큼은 “파스타에 화이트 트러플을 곁들여 보라”는 웨이터의 말을 거부할 수가 없다. 프러포즈 날인 데다, 애인도 이미 특별한 날인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타들어 가는 아이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웨이터는 “원할 때 멈추라고 말하라”면서 화이트 트러플을 거침없이 썰어 넣는다. 트러플 슬라이스가 수북이 쌓여 가는데도 애인은 아이라를 시험하듯 멈추라고 하지 않는다. “아이라, 당신 덕분에 이 맛을 알게 됐잖아.” 아이라는 화이트 트러플에만 280달러(약 32만원)를 쓴다.

최고급 음식점에서나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재료로 여겨진 트러플(송로버섯)이 한국의 주방에 상륙했다. 그룹 마마무의 화사가 얼마 전 MBC 예능 ‘나혼자 산다’에서 만들어 먹은 ‘트러플 오일 짜장 라면’의 유행을 타고서다. 지난해 곱창 대란을 일으킨 ‘푸드 유행 제조기’ 화사는 짜장 라면에 들어 있는 올리브 오일 대신 트러프 오일을 듬뿍 뿌리는 레시피를 공개했다. 화사는 삶은 면에 트러플 오일을 5바퀴 정도 돌리고 달걀 노른자를 툭 넣어 비벼 먹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방송 다음날 올리브 오일 판매 업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고 일어났더니 트러플 오일 온라인 주문이 급증했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트러플은 ‘땅 속의 다이아몬드’라 불린다. 감자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기고 땅 속 1m쯤에서 자라는데, 독특한 향과 식감으로 미식가들을 사로 잡는다. 푸아그라(거위 간), 캐비어(상어 알)와 함께 유럽 3대 진미로 꼽힌다. 인공 재배가 어렵고 생산량이 극히 적은 데다 산삼 만큼이나 찾기도 쉽지 않다. 트러플을 캘 때는 후각이 예민한 개나 트러플 향에 특화된 돼지 등을 활용하는데, 손이 많이 가는 만큼 가격이 만만치 않다. 트러플 중에서도 이탈리아에서 재배되는 흰 트러플은 독특한 향과 희소성 때문에 검은 트러플 보다 가격이 3배 넘게 비싸다. 2007년엔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1.5㎏짜리 흰 트러플이 33만달러(약 3억7,2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화사가 트러플 올리브오일을 넣어 만든 짜장라면을 먹는 장면. MBC ‘나혼자산다’ 방송화면 캡처
화사가 트러플 올리브오일을 넣어 만든 짜장라면을 먹는 장면. MBC ‘나혼자산다’ 방송화면 캡처

트러플은 샐러드, 리조또, 수프, 우동, 감자튀김은 물론이고 감자칩, 초콜릿에도 곁들일 수 있다. 이탤리언 레스토랑과 퓨전 술집들이 생 트러플 혹은 트러플 오일을 활용한 요리들을 시그니처 메뉴로 내놓은 지 오래다. 실은 화사가 ‘트러플 짜장’의 원조는 아니다. 서울 신촌의 한 중식당은 지난해부터 트러플 슬라이스와 익힌 계란이 올라간 ‘트러플 짜장면’을 특선 메뉴로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생 트러플이든 트러플 오일ㆍ소금이든, 덜컥 사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호불호가 강한 향 때문이다. 이해림 푸드칼럼니스트는 “트러플 올리브 오일의 경우 용량이나 종류에 따라 1만원 안팎으로도 접근 가능하기 때문에 한 번쯤 도전해볼 법 하다”면서도 “트러플 첫 도전은 요리로 시작하기 보다는 레스토랑에서 사 먹는 음식으로 해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트러플 오일은 트러플 함량이 1% 미만이거나 트러플 향만 입히기 때문에 값이 저렴한 편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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