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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3월 세계 최초 5세대(5G) 통신 상용화’ 일정이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이 지난달 말 정부에 제출한 5G 요금제가 사실상 “비싸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요금제 통과 후 요금을 설계할 수 밖에 없는 시장 구조라 두 업체의 향후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5G 모바일 서비스를 위해선 5G 통신을 지원하는 칩세트를 장착한 스마트폰이 출시돼야 하고 이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입할 요금제가 준비돼야 하는데, 스마트폰과 요금제 모두 이달 안에 관련 절차를 마치기엔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일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를 열고 SK텔레콤의 5G 요금제를 검토한 결과 ‘반려’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요금을 갑자기 높이거나 낮추면 시장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새 요금제를 출시하려면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과기부는 반려 이유로 “SK텔레콤이 신청한 5G 요금제가 대용량 데이터 고가(高價) 구간만으로 구성돼 있어 대다수 중ㆍ소량 데이터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SK텔레콤은 최소 월 7만원대 이상으로 속도 제한을 완화하는 요금제를 구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텔레콤 대용량 데이터 요금제 시작 구간으로 볼 수 있는 월 6만9,000원짜리 요금제는 기본 100기가바이트(GB)가 제공되고 다 쓰면 5메가비피에스(Mbps)로 속도가 제한된다. 속도 제한 없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는 월 10만원이다. 5G에서는 기본 제공량을 더 늘리고 속도 상한선도 높이는 식으로 요금제에 따라 쓸 수 있는 데이터 양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부가 반려한 데에는 중저가 구간의 5G 요금제도 만들라는 뜻이 담겨 있다. 정부는 5G 상용화가 가계 통신비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5G 특성에 대한 정부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5G는 대용량 콘텐츠를 초고속ㆍ초저지연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프리미엄 서비스여서, 중저가 5G 요금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사 관계자는 “5G가 나온다고 4G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며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와중에 150만원짜리 5G폰을 사용하는 이용자에게 4만~5만원대 속도 제한이 걸리는 요금제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올해 1월 기준 국내 4G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8.1GB다. 상당수가 이미 월 5만~6만원대 중반 요금제(4~11GB 소진 후 속도제한)를 이용하는 상황이라, 5G 중저가 요금제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국내 4G 이용자 1인당 데이터 사용량_김경진기자

정부와 통신사업자들 간의 시각차를 좁히지 못해 SK텔레콤의 인가 재신청이 늦어진다면 3월 말 상용화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KT와 LG유플러스는 정부에 요금제를 신고만 하면 되지만 SK텔레콤과의 경쟁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SK텔레콤 요금 구조가 사실상 기준이 된다. 과기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다시 신청해 자문위원회가 심의 후 결과를 권고하고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후 과기부가 인가 여부를 사업자에 통지한다”며 “빠르게 관련 절차를 진행해 세계 최초 상용화 개시에 지장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요금제와 별개로 3월 말 5G폰 출시도 빠듯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LG전자 5G폰 ‘V50 5G’에는 퀄컴의 5G 칩세트가 필요한데 퀄컴의 칩 양산은 5월 중에나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칩을 사용해 빠르게 일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갤럭시S10 5G’와 상용망 간 테스트, 품질 안정화 과정 등이 길어지면 4월로 출시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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