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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최선희 “김정은, 생각 좀 달라지는 듯… 북미회담 의욕 잃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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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최선희 “김정은, 생각 좀 달라지는 듯… 북미회담 의욕 잃을 수도”

입력
2019.03.01 20:00
수정
2019.03.01 23:4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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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 등 한국 기자들과 하노이서 인터뷰 “영변 포기하려 했는데, 美 계산법 이해 안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1일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1일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베트남 하노이에 체류 중인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다음 날인 1일 “지금으로서는 미국과 회담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거래 계산법에 대해서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영변 핵 시설 폐기’는 미국 핵 전문가 참관 하에 진행할 예정이었으며,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변 핵 시설을) ‘깨끗하게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고도 했다.

최 부상은 이날 김 위원장의 베트남 친선 방문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오후 2시 38분쯤(이하 현지시간) 숙소인 멜리아 호텔을 나서면서 본보를 비롯한 일부 남측 기자들과 약 7분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미국과 계속 대화를 할 생각이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해야) 하나 싶다”고 답변했다. 북측 경호원들이 최 부상과의 대화를 막으려는 호텔 직원 등에게 “우리 부상 동지와 대화 중이니 놔두라”고 제지하며, 인터뷰는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최 부상은 ‘김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많이 실망했는가’라는 질문에 “실망보다는 (미국의) 거래, 계산법에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신다”면서 “생각이 좀 달라지시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도 “이번에 회담하면서 보니까, 이런 회담을 계속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라고도 했다. 최 부상은 또 “신년사로부터 시작해서 상응 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도 표시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뭐가 돼도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미국 측의 반응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앞서 이날 새벽 기자회견에서는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 조미 거래에 대해 의욕을 잃지 않으실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그는 ‘북한이 광범위한 품목의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외신 보도에 대해선 “그게 왜 광범위하냐”고 반문했다. 최 부상은 “(북이 해제를 요구한 건)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에 관한 제재였다. 그러나 15개월 동안 이를 중단하고 있는데도 유엔이 전혀 해제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의제로 오른 영변 핵 시설 폐기에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우리가 제시한 영변 핵 시설이라는 게 만만치 않은 것이다. 아직까지 핵 시설 전체를 폐기 대상으로 내놔 본 역사가 없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15개월 중지, 핵실험 중지 두 사안을 가지고도 응당 프로세스가 돼야 할 유엔 제재 결의들이 영변 핵 폐기를 해도 안 된다고 얘기하니까, 이 회담 계산법이 나 자체도 혼돈이 온다”고 했다.

‘영변 핵 시설 폐기의 시한을 말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런 것과 관련한 문제 같지는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영변에 대해서 정말 깨끗하게 포기하고, 깨끗하게 폐기할 입장을 내놨다”며 “우리가 한다는 ‘폐기’는 미국 핵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명백하게, 투명하게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 부상은 “우리가 했던 그런 요구사항(부분 제재 해제)이 해결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대화 재개 가능성도 내비쳤다.

최 부상은 앞서 이날 새벽 0시 14분쯤 리용호 외무상과 진행한 심야 긴급 기자회견에서 “(우리 요구는) 2016년부터 취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조선(대북) 결의 6건 중 2270, 2375호 등 5가지, 민생과 관련된 부분만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었다”며 “민수용, 민생용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을 뿐 군수용은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제안한 것은 영변 핵 단지 전체에 대한 영구적인 폐기”라며 “이러한 제안에 대해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도 북한의 요구 사항과 관련해 “이건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다”며 “이러한 원칙적 입장은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엔 변함이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하 인터뷰 전문 

_미국과 계속 대화할 생각인가.

“지금으로선 하나 싶습니다. 우리가 했던 요구사항들이 해결된다면야 상황이 달라지겠죠. 그런데 이번에 회담하면서 보니까 이런 회담을 계속 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_미국 고위 관료가 인터뷰를 통해 북측이 요구한 제재 해제 품목을 짚으며 광범위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북측은 당초 제재 해제와 관련해 미측을 어떤 식으로 설득했나.

“그게 왜 광범위한지 (모르겠다). 그 제재는 원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에 관한 제재였습니다. 각 제재 결의들이 그런 행동이 행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재를) 동결하거나 해제하게끔 돼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한 것처럼 우리는 15개월동안 계속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에 대해 유엔 제재들이 전혀 해제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지금 미사일 시험과 핵실험을 넘어서 (전체 핵 시설을) 폐기까지 해야 한다고 억지 주장으로 너무 나가기 때문에 이렇게 왜 회담이 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_미국이 28일 회담에서 북측이 영변 핵 시설 폐기 외에 한 가지를 더 할 경우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가능성은 내비친 건가.

“어제 보니까 이번 회담에서 미측이 굉장히 사리가 맞지 않고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회담에 계속 나가야 할지 생각을 다시 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비핵화 관련) 취한 조치들이 많이 있잖아요. 우리가 하는 조치와 더불어 신년사로부터 시작해서 상응 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도 표시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뭐가 돼도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 미국 측의 반응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합니다.”

_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 시설 폐기 외 추가 요구한 한 가지를 우라늄 농축시설이라고 시사했는데 사실인가.

“추가 (비핵화 요구)는 여러 가지로 된 것이 있지만, 우리가 제시한 영변 핵 시설이라는 게 만만치 않은 겁니다. 아직까지 (영변) 핵 시설 전체를 폐기 대상으로 내놔본 역사가 없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15개월 중지, 핵실험 중지, 이 외에 두 사안들을 가지고도 응당 프로세스가 돼야 할 유엔 제재 결의들이 영변 핵 폐기를 해도 안 된다 이러니까.(웃음) 이 계산법이 저 자체도 혼돈이 오고, 어디에 기초한 회담 계산법인지. 그래서 우리가 지금 이런 회담에는 정말 의미를 둬야 되는지 다시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_영변 핵 시설 폐기를 제안할 때 시한도 말했나.

“그런 것(시한)과 관련한 문제 같지는 않습니다. 영변에 대해서 정말 깨끗하게 포기하고 깨끗하게 폐기할 입장을 내놨지만, 이게 지금 잘못 화답이 되기 때문에 ‘이게 아니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습니다.”

_영변 지구 핵 시설을 전문가 입회 하 폐기한다는 것은 어떤 뜻인가.

“그건 앞으로 구체적으로 실무접촉을 통해 확정해야겠지만 우리가 한다는 ‘폐기’는 미국 측 핵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명백하게 투명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모든 성의를 가지고 우리 딴에는 최상의 안을 내놨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뭐 잘 안 됐습니다.”

_트럼프 대통령이 북측의 다른 핵 시설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북측이 놀랐다는 말도 했다.

“그것은 누가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 시설을 짚을 수도 있는데 그거야 하룻밤 자고 이 소리(신고 내지는 폐기)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처음부터 얘기됐던 게 영변인 것이고, (미측에) 영변에 대한 입장을 우리가 처음에 밝힌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됐습니다.”

_남측이 현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나.

“글쎄 (남측) 역할이 어느 정돈지 모르겠지만 그거는 미국의 역할에 따라 달라지고 안 달라지고…. 우리가 설명을 불충분히 해서 (회담이) 잘 안 됐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2차 정상회담에서 보인 것이) 최종적인 미국의 입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우리도 입장을 더 고민해보고 회담을 다시 생각해 봐야 되는 것 같습니다.”

_1일 심야 기자회견을 해야겠다는 결정은 언제 내렸나.

“나는 어제 끝나자마자 우리 입장을 발표해야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자들 (명단)을 우리가 장악(파악)하고 있는 것도 없고 호텔에 (기자들이) 들어올 경우 걸쳐야 되는 보안 절차가 있어 (준비가) 두어 시간가량 걸렸습니다.”

_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미 실무진 간 추가 대화가 있었나.

“없었습니다.”

_김 위원장도 개인적으로 실망감이 많이 컸나.

“실망보다는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왜 미국이 이런 거래 방식을 취하는지, 거래 계산법에 대해서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제 느낌에는 받았습니다.”

하노이=신은별ㆍ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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