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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의 교황’ 칼 라거펠트 86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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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의 교황’ 칼 라거펠트 86세로 별세

입력
2019.02.19 23:06
수정
2019.02.20 00:5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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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별세한 칼 라거펠트가 2013년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샤넬 패션쇼에 등장해 인사를 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19일 별세한 칼 라거펠트가 2013년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샤넬 패션쇼에 등장해 인사를 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패션계의 교황’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이자 명품 브랜드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칼 라거펠트가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86세.

이날 샤넬은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1983년부터 함께해온 칼 라거펠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죽음을 발표하게 된 건 깊은 슬픔”이라며 “뛰어난 창의력을 가진 그는 가브리엘 샤넬이 만든 브랜드 코드를 재창조했다”고 발표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라거펠트는 최근 건강이 악화해 지난달 파리 패션 위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샤넬은 “라거펠트의 심신이 지쳤다”고 그의 건강에 우려를 표했다.

1933년 독일에서 태어난 라거펠트는 어린 시절 예술과 옷에 관심이 많았다. 1952년 프랑스로 건너와 패션 공부를 시작한 그는 1954년 국제양모사무국 콘테스트에서 코트 부문 1등을 수상하며 파리 패션계에 입문했다. 피에르 발망과 장 파투의 보조 디자이너를 거쳐 1960년대 초반에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발렌티노, 크리지아, 찰스 주르당 등과 협업했다. 1964년 클로에에 합류한 라거펠트는 샤넬로 옮기기 전까지 20년간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고, 1965년부터 인연을 맺은 펜디와는 줄곧 협업 관계를 이어 왔다. 라거펠트는 사망 직전까지도 이달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선보일 펜디의 콜렉션을 준비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라거펠트는 1983년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취임하며 20세기 말 샤넬 제국의 건설을 이끌었다. 그의 샤넬 데뷔 무대는 ‘죽은 샤넬을 환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라거펠트는 샤넬을 상징하는 아이템인 트위드 재킷과 리틀 블랙 드레스, 클래식 트윈 세트, 퀼팅 백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샤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알파벳 C자가 교차된 샤넬 로고도 그의 작품이다. 샤넬의 화려한 부활과 함께 라거펠트 이름 뒤에는 패션계 교황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공식 석상에서 한결같이 검은 정장에 백발의 꽁지머리, 검정 선글라스 차림으로 나타나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의 예술성은 패션계 밖에서도 발휘됐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 비엔나 궁정 극장, 몬테-카를로 발레단 등을 위한 무대 의상과 마돈나의 콘서트 투어 의상을 디자인했고, 2008년에는 유명 건축가 고(故) 자하 하디드와 함께 샤넬의 모바일 아트전을 기획했다.

한국 유명인들 중에선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라거펠트와 인연이 깊다. 2015년 샤넬 콜렉션에 아시아 스타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고, 라거펠트가 직접 샤넬의 스페셜 에디션을 선물하기도 했다.

라거펠트의 어록은 패션계에서 성경처럼 회자된다. “디자이너의 핵심 키워드는 ‘욕망’이다. 욕망을 창조하라.” 잠재된 욕망을 일깨우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패션계를 뒤흔든 전설은 그렇게 떠났다.

19일 패션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별세 소식에 프랑스 파리 샤넬 본사를 찾은 추모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19일 패션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별세 소식에 프랑스 파리 샤넬 본사를 찾은 추모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라거펠트 타계 소식에 알렝 베르트하이머 샤넬 최고경영자는 이날 “라거펠트는 천재성과 관대함, 뛰어난 직감으로 시대를 앞서갔고 샤넬이 전세계적으로 성공하도록 이끌었다”며 “위대한 친구를 잃었을 뿐 아니라 뛰어난 창조적 감각까지도 모두 잃었다”고 애통해했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도 이날 “너무나 소중한 친구의 죽음에 무한한 슬픔을 느낀다”며 “우리는 파리를 전 세계의 패션 수도로 만들고 펜디를 가장 혁신적인 브랜드로 일군 창의적인 천재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베르사체도 “당신의 엄청난 재능과 끝없었던 영감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전세계 패션계가 그를 추모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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