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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법관 친인척 근무 로펌 사건, 주심만 안 맡으면 배당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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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법관 친인척 근무 로펌 사건, 주심만 안 맡으면 배당 허용

입력
2019.02.20 04:40
수정
2019.02.20 10:4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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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최근 사건배당 내규 개정

특정 대법관이 제척사유 해당되면

배당서 제외하는 특례 적용 때

재판부 안바꾸고 주심만 교체 가능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서재훈 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서재훈 기자

대법원에서는 그 동안 대법관의 친인척이 근무하는 로펌이 당사자일 경우 대법관 소속 재판부를 배당에서 제외해 왔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특정 로펌에 대법관의 친족이 근무하는 경우에도 소속 재판부에 사건 배당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내규를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관 중 사건 배당 제척(除斥ㆍ직무집행에서 배제)사유를 적용 받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궁여지책’을 마련했다는 해명이지만, 대법원이 이해충돌 방지라는 사건 배당 원칙을 스스로 후퇴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그 동안 ‘대법원사건의 배당에 관한 내규’의 ‘다음 각 호의 사건은 해당 대법관이 속한 재판부에게 배당하지 않는다’(7조1항)는 규정을 두고 배당 원칙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대법원 1부에 소속된 A대법관이 △하급심 법관이나 검사로 재직할 때 사건에 관여한 적이 있거나 △변호사 시절 근무한 로펌에서 수임한 사건이거나 △법률에 규정된 제척사유에 해당되면 2부나 3부로 소부(재판부) 자체를 교체해왔다.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에 따라 배우자나 2촌 이내 친족이 법무법인 등에 변호사로 근무하거나 3ㆍ4촌 친족이 담당변호사인 경우에도 소부 교체를 원칙으로 했다.

문제는 최근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 대법관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작년 8월 임명된 김선수 대법관은 제수(동생 아내ㆍ2촌)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고, 조희대 대법관은 작년에 딸(1촌)이 법무법인 화우에 입사하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와 결혼했다. 김재형 대법관 배우자는 법무법인 KCL에 근무하고 있고, 작년 임명된 노정희 대법관은 조카사위(3촌)가 김앤장 소속이다. 소부가 3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연고 관계 등을 이유로 재판부를 교체하다 보면 특정 소부에만 일이 몰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김앤장이 일본 기업을 대리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김선수ㆍ노정희 대법관이 참여한 것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면서 관련 규정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최근 내규 개정을 통해 7조 1항의 규정을 ‘다음 각 호의 사건은 해당 대법관에게 주심 배당하지 않는다’로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되면 제척 사유가 발생한 대법관에게 주심만 맡기지 않는다면 소속 재판부에도 사건을 배당할 수 있게 된다. 김선수 대법관의 경우에도 김앤장이 수임한 사건에 대해 직접 주심을 맡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지만 소속된 소부에 배당되는 것은 가능해졌다. 대법원은 “배당 특례 규정이 적용되는 대법관이 증가함에 따라 배당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규정을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 공정성이 후퇴하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바뀐 규정에 따르면 작년 말 선임된 김상환 대법관이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심리한 사건을 같은 소부 대법관에게 주심 배당해도 문제될 게 없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런 식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한 권순일 대법관이 속한 소부에 양 전 대법원장 상고심이 배당될 수 있다”며 “설사 소부 내에서 심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현실적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바람직한 개선 방향은 분명 아니다”며 “이해충돌 문제를 다룰 별도의 심의기구를 만드는 등 대법원이 좀 더 근본적인 제도 혁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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