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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5ㆍ18 유족들 “폭동 망언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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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5ㆍ18 유족들 “폭동 망언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것”

입력
2019.02.13 15:19
수정
2019.02.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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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광주서 200여명 상경해 국회 앞 규탄집회

5ㆍ18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망언 관련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ㆍ18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망언 관련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ㆍ18 민주화운동 비하 발언이 5ㆍ18 유가족과 부상자들을 다시 국회 앞으로 불러냈다. 지난 11일부터 천막농성 중인 이들은 “국회의원들의 망언은 5ㆍ18에 대한 기억과 상처를 또 한번 후벼 파는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농성 3일째인 13일 오전 5ㆍ18 민중항쟁 구속자회, 오월어머니집 등 5ㆍ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회원 20여명은 국회 정문 앞에서 5ㆍ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일컫고 희생자들을 괴물이라 표현한 자유한국당 이종명, 김순례 의원과 공청회를 주최한 김진태 의원 제명을 요구했다.

5ㆍ18 민주화운동 유가족이 13일 오전 국회 앞에서 자유한국당을 규탄하고 있다.
5ㆍ18 민주화운동 유가족이 13일 오전 국회 앞에서 자유한국당을 규탄하고 있다.

11일 광주에서 상경한 5ㆍ18 유가족 A(75)씨는 “집에서 가만히 뉴스만 보고 있으면 화병 때문에 죽을 것 같아서 농성에 나섰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ㆍ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나온 발언 중 이종명 의원의 “5ㆍ18이 터지고 폭동이라고 했는데 10년, 20년 뒤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는 말에 특히 분노했다. 그는 “어떻게 국회의원 입에서 ‘5ㆍ18은 폭동’이라는 말이 나올 수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A씨 남편은 1980년 5ㆍ18 당시 시민군 항쟁 근거지인 전남도청에서 약품 등을 나르다 광주를 빠져나갔지만 부산에서 헌병대에 붙잡혀 옥고를 치르고 2년 뒤 숨을 거뒀다. A씨는 “광주시민을 ‘폭도’나 ‘빨갱이’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남편은 ‘그건 사실이 아니다’고 따지다가 신고를 당해 붙잡혔다”며 “(그런 남편을) 폭도라고 하는 것은 남편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령이 선포됐다는 소식에 서울에서 고향 광주로 돌아갔다 계엄군에게 폭행당한 최형호(62)씨는 “39년이 지난 지금도 5ㆍ18에 대한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게 가장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광주는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면서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힘들다”고 털어놨다.

당시 계엄군들이 휘두른 곤봉에 머리와 가슴 등을 다친 최씨는 구체적인 상황을 묻는 질문에 “그걸 이야기하기는 자체가 너무 힘겹다”고 답했다.

계엄군에게 곤봉으로 폭행당해 머리와 가슴 등에 부상을 입었던 최형호(62)씨는 13일 국회 앞 농성장을 찾아 "우리가 죄를 지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계엄군에게 곤봉으로 폭행당해 머리와 가슴 등에 부상을 입었던 최형호(62)씨는 13일 국회 앞 농성장을 찾아 "우리가 죄를 지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최씨는 최근 5ㆍ18 유공자에 대한 왜곡된 정보들이 유통되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유공자들과 달리 국가에서 받는 연금이 없고, 받은 것은 대부분 2,000만원에서 3,000만원 가량의 배상금 뿐”이라며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보훈단체들과 달리 5월 3개 단체는 사단법인으로 지정돼 지원을 받는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유공자 명단도 마치 우리들이 공개를 거부하는 양 왜곡됐는데, 우리는 떳떳하다”며 “상이군경 등 다른 유공자와 함께 전부 공개하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농성자들은 국회가 5ㆍ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의원들을 징계하고 진상규명에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했다. 계엄군에게 고등학생 아들을 잃은 이근례(78)씨는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며 “지난 1월에도 이곳에서 5ㆍ18진상규명위원 추천을 미루는 한국당을 규탄했는데, 이렇게 또 올라오게 됐다”며 “우리 가슴을 그만 아프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3일 국회 앞에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천막 농성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13일 국회 앞에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천막 농성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몇몇 보수단체 회원들은 국회 정문 앞 농성장을 찾아와 5ㆍ18 단체 회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5ㆍ18은 북한공작’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몸에 붙이고 유족 등을 향해 “가짜 유공자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상경한 광주시민 200여 명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어 자유한국당을 규탄했다.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가두방송으로 시민 참여를 독려했던 전옥주씨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우리는 폭도도, 간첩도, 깡패도 아니다”며 “(5ㆍ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의원들은 각성하라”고 외쳤다.

광주시민들은 여야 지도부를 방문한 5월 단체 대표들과 합류한 뒤 자유한국당 당사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 일부 참가자들은 “한국당은 직접 사죄하라”며 당사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 제지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글ㆍ사진=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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