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일가와 4년 투쟁기 발간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플라이백' 책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땅콩 회항 사건을 겪으면서 그 전까지 내 삶은 주인에게 충실한 애완견 신세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책이 (저와 같은 처지에 놓였지만) 자각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작은 알림판이 됐으면 좋겠어요.”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일으킨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 박창진(48) 대한항공 사무장이 대한항공 오너 일가에 맞서 싸운 4년의 기록을 담은 수기 ‘플라이백(FLY BACK)’을 냈다. 플라이백은 회항을 뜻하는 항공 용어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헝클어진 삶을 정상 궤도로 돌려 놓겠다는 박 사무장의 의지가 담긴 제목이다.

1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 사무장을 만났다. 그는 “질 게 뻔한 싸움을 왜 하냐고 모두 의아해했지만, 적어도 나 한 사람은 바뀌었다”며 “한 인간이 힘의 우위를 내세워 타인의 인권을 강탈해선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출근할 때마다 지옥 문이 열리는 느낌이었다”면서 “집요하게 괴롭히는 사측의 철면피 같은 행동에 내가 여기서 포기해선 안 되겠구나 싶어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 난리를 겪고도 대한항공은 ‘을’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고 박 사무장은 꼬집었다. 그는 “입사 4년 차 승무원이 단 한번도 휴가를 가지 못하고, 외국 항공사 출신 경력직 승무원이 노무팀에 휴가 문의를 했다가 ‘비행 가서 놀면서 무슨 휴가를 또 가느냐’는 답변을 듣는 게 대한항공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장은 싸움을 끝내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내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소명을 다할 때까지 회사를 다닐 것”이라며 “또 다른 ‘박창진’이 나올 수 있을 때까지, 동료들과 함께 희망의 씨앗을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땅콩 회항 때는 회사에서 저 말고는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지만, 이제는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말하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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