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CJ헬로(옛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6년 SK텔레콤이 옛 CJ헬로비전을 인수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려 했을 때 “유료방송 시장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공정위는 이번 건에 대해선 김상조 위원장이 직접 나서 “전향적 자세로 판단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인수 승인을 낼 거란 기대감 한편으로, 3년 전 비슷한 상황에서 인수를 불허했던 공정위가 자가당착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르면 이번주 중 이사회를 열어 CJ헬로 인수안을 통과시킨 뒤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서가 접수되면 최대 120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심사 과정에서 공정위가 보완서류 제출을 요구할 경우 소요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추진 당시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2015년 12월) 8개월 만인 2016년 8월 불허 결론을 냈다.

◇공정위 허가 여부 가를 쟁점은

기업결합 심사의 최대 쟁점은 시장집중도다. 1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다른 사업자에 비해 압도적일 경우 시장 경쟁도가 떨어져 자의적으로 요금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16년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불가 판정을 내릴 때 지역 단위로 시장집중도를 따졌다. 전국 78개 방송구역 가운데 CJ헬로비전이 영업하는 23개 구역을 심사 대상으로 삼고 두 회사가 합병하면 21개 구역(합병 전 17개)에서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가 되면서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당시 선례에 따라 이번에도 지역별 시장집중도를 따질 공산이 크다.

달라진 점은 방송시장 점유율을 매기는 방식이다. 2016년 당시엔 방송통신위원회가 작성하는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라 아날로그 케이블TV, 디지털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방송(IPTV) 등을 동일한 시장으로 규정하고 시장 분석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날로그 케이블TV는 시장점유율 계산에서 제외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케이블 TV를 같이 운영하는 CJ헬로 입장에선 합병 후 시장점유율이 이전보다 작게 계상되는 효과가 있다.

3년 전 합병 불허의 또 다른 사유는 SK텔레콤이 이동통신 1위 사업자라는 점이었다. 소비자들이 요금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자신이 가입한 이동통신사 계열의 유료방송을 이용하는 경향을 감안할 때,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IPTV)-CJ헬로비전(케이블TV) 합병을 통해 유료방송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가 아닌 터라 이런 우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작권 한국일보]유료방송시장 점유율 비교_신동준 기자/2019-02-12(한국일보)
◇3년 전 결정 뒤집어야 하는 공정위

심사 기준이나 합병 후 시장집중도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SK텔레콤 때와 달리 수월하게 진행될 거란 전망이 적지 않다. 다만 공정위 입장에선 외견상 크게 다를 바 없는 인수합병 건에 대해 일관성 없는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부담이다. 이 때문인지 김 위원장의 긍정적 발언에도 공정위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LG유플러스로부터 기업결합 신고서를 받아보지 못했다”며 “신고서를 검토한 후에야 관련 시장의 범위를 정하는 등 심사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가 2016년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막을 당시에도 “불합리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점은 이번 심사에 감안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시장 안팎에선 케이블TV의 위상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합병 불허 결정이 업계의 구조개편 기회 자체를 봉쇄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공정위가 2012년 ‘다채널 유료방송 시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케이블TV 지역사업권을 광역화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나아가 지역사업권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던 것과도 어긋나는 결정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김 위원장 역시 당시 공정위 판단을 ‘아쉬운 사례’로 꼽은 바 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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