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내치 위기 상황이지만 현안들 성공적 마무리 땐 이슈 주도권 쥘 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달 중순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직면하게 될 굵직한 안보ㆍ통상 현안들이 줄줄이 다가오고 있다.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미중 무역협상과 자동차 관세 등 대형 통상 이슈에다가, 이란 문제와 베네수엘라 사태도 대기 중이다. 제각각 다루기 까다로운 사안들뿐이지만, 역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런 현안들을 통해 민주당과의 대치 국면에서 정국의 판을 뒤집고 이슈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을 불사했던 국경 장벽 예산 전쟁에서 민주당에 밀린 데다,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한 각종 수사까지 겹쳐 내치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외치’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미국은 이달 13, 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이란 압박에 초점을 맞춘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참석하는 이 회의에서 이란 제재에 소극적인 유럽연합(EU) 등과의 단합을 이끄는 한편, 아랍에서 반(反)이란 군사 동맹 토대를 갖추겠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구상이다.

14, 15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미중 무역 전쟁의 향방을 가르는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 미중이 3월 1일까지 설정한 ‘90일 휴전’이 막바지로 다가온 상황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가 베이징을 방문해 담판에 나서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중 무역 협상을 타결지으면 대대적인 업적 홍보에 나설 수 있고, 반대로 중국과의 전쟁을 더 끌면서 통상 전쟁 이슈를 증폭시킬 수도 있다.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담은 미국 상무부의 보고서 제출도 임박했다. 지난해 5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해외산 자동차와 부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무부는 조사 개시 270일인 17일까지 조사 결과를 보고해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CNBC는 “미중 무역 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또 다른 전투가 태동 중”이라고 전했다. 수입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이 나오면 우리 자동차 업계도 큰 타격을 받는 등 글로벌 경제에 메가톤급 후폭풍이 닥칠 수 있다.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과시할 수 있는 대형 이벤트다. 영변 핵단지 사찰ㆍ폐기 등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함께 종전선언이 나올 경우, 한반도 비핵화 진전과 함께 70년 전쟁을 종식시킨 ‘피스 메이커’의 위상을 한껏 부각시킬 수 있다. 물론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처럼 추상적 합의에 그친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지만, 일정 수준의 성과를 얻는다면 민주당도 무턱대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긴 어렵다. 민주당이 되레 평화 반대 세력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 두 대통령’이란 초유의 상황을 맞고 있는 베네수엘라 사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5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민주당 급진파를 사회주의로 몰며 베네수엘라에 빗대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통령 재선 가도에서도 ‘베네수엘라 프레임’으로 민주당 경쟁자들과 맞설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외교 현안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큰 도전 과제이지만, 여론몰이가 가능한 대형 이슈들이어서 국내 정치 상황과 연동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랐고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의혹 등을 정조준하는 상황에서 여차하면 ‘외치 카드’로 국면 전환의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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