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전주에 문 연 드론축구장
드론 경기가 펼쳐지는 모습

‘피융~피융’ 실내에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놀랄 틈도 없이 묵직한 파열음과 모터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그 사이 3분이라는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 위치한 세계 최초 ‘드론축구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풍경이다.

지난달 26일 찾은 풋살장 절반 정도 크기의 드론축구장은 수십 개의 LED 조명으로 뒤덮여 클럽 분위기를 연출했다. ‘레디, 고!’ 메시지와 함께 10대의 드론이 급하게 날아올라 스피드를 낸다. 길잡이 드론이 상대 수비수를 쳐내고, 리본을 단 공격수가 드론 보다 조금 큰 골대를 향해 질주한다. 상대에게 격추된 드론은 바닥에 고꾸라지고, 드론을 감싸고 있던 가드에 균열이 생긴다. 시속 60㎞에 달하는 드론들이 서로를 쳐내고, 각자 만의 궤적을 뽐낼 때는 전투기를 연상시켰다.

‘드론축구’는 2017년 초 한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경기는 선수가 공을 차서 골대에 넣는 일반적인 축구가 아닌, 공격수가 수비수를 뚫고 골대를 통과해 득점하는 ‘미식축구’ 방식으로 펼쳐진다. 한 팀은 5대의 축구용 드론으로 구성되고, 포지션은 공격수ㆍ길잡이ㆍ수비수로 나뉜다. 리본을 단 공격수만이 득점을 할 수 있고, 길잡이는 상대 드론을 쳐내며 공격수의 길을 터준다. 축구용 드론은 일반적인 드론에 ‘보호막’ 같은 특수 소재로 감싼다. 승부는 3세트(각 3분) 점수 합산 방식으로 갈린다.

장애인 선수와 비 장애인 선수가 함께 드론축구를 하는 모습

전주드론축구장은 신체와 나이를 초월한 해방구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선수부터 예비 중학생 선수까지 다양했다. 드론이 상대 드론과의 충돌로 떨어질 때면 한숨이 터져 나왔고, 호흡을 맞춰 득점에 성공하면 팀원들의 입가엔 미소가 맴돌았다.

현장엔 ‘전북장애인 드론축구단’도 승부를 즐기고 있었다. 이 팀 소속 신윤식(50)씨는 육체를 쓰는 스포츠로는 해소되지 않은 갈증을 드론축구에서 풀게 됐다. 신씨는 “생각보다 날리기 어려운 드론을 처음 날리던 때의 짜릿함을 잊지 못한다”며 “자유자재로 날릴 때면 쾌감까지 느껴진다”고 드론축구의 매력을 설명했다.

단순히 ‘놀이’일 수 있는 드론축구가 장애인 팀엔 생계와도 닿아있었다. 전북장애인 드론축구단의 이문철 단장은 “장애인 선수가 지속적으로 활동하려면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긴 설득 끝에 올해부터 우리 팀 선수 다섯 명이 전주시 지원으로 축구장 관리ㆍ드론축구 지도 관련 일자리에 종사하게 됐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장애인 팀을 창단한 배경으로는 “장애인도 쉽게 접근해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생 드론축구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

“배틀그라운드(유명 온라인게임)보다 드론축구가 더 재미있어요.” 최연소 참가자인 전주시드론축구단 김강한(11ㆍ전주중앙초)군의 이야기다. 김군은 드론축구의 매력으로 눈 앞에서 드론끼리 부딪칠 때 느껴지는 희열을 꼽았다. 팀 동료 이정엽(15ㆍ풍남중)군은 “아버지를 따라 드론을 접했다”며 “드론축구를 통해 비행 관련 용어와 조작법을 공부한 뒤 파일럿이 돼 ‘블랙이글스’(공군 특수비행팀)에 들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군은 드론축구 초창기인 2017년 초부터 참여한 ‘베테랑’이자, 에이스로 팀의 유일한 공격수를 맡고 있다.

현재 전국엔 126개의 성인 드론축구팀이 창단했다. 지난해 11월엔 대한드론축구협회가 공식 출범했다. 드론축구의 기획자이자 협회 상임이사인 이범수 캠틱종합기술원 드론축구팀장은 “작년에만 공군참모총장배 등 10여 개의 전국대회가 개최됐다”며 “드론축구는 다양한 전략과 고난이도 조종 기술을 뽐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전주시드론축구단과 전북장애인드론축구선수단 선수들이 연습 경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내만큼이나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일본엔 해외 최초로 드론축구협회가 설립됐고, 축구 종주국 영국부터 일본 등 7개 국가에서는 드론축구의 노하우를 전수 받으러 한국을 찾고 있다. 또 영국 BBC와 일본 NHK 등 외신의 방문도 잇따랐다. 오는 3월엔 최초 드론축구 국가대항전인 ‘한일 친선경기’도 펼쳐질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범수 팀장은 “드론축구를 대중적으로 보급하는 게 우선 순위”라면서도 “지방자치단체의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경기장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변을 넓히기 위해 ‘2025년 드론축구월드컵’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주=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서진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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