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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10년간 12조달러 풀린다는데... 받아줄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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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10년간 12조달러 풀린다는데... 받아줄 곳이 없다

입력
2019.02.09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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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자문기구 분석… 신흥국 자금 이탈 등 위기 올 수도

미국 국채 발행 규모가 향후 10년 간 12조달러(1경1,350조원)에 달할 거란 미 정부 자문기구의 분석이 나왔다. 금융위기 당시에 버금가는 막대한 국채 물량이 장기간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과잉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금리의 벤치마크(기준지표) 역할을 하는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금융위기 버금가는 국채 발행

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자문기구인 차입전문위원회는 최근 스티븐 므누신 장관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정부의 차입(국채 발행) 수요는 불경기 도래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12조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국채를 연 평균 1조달러어치 이상 발행될 거란 계산인데, 미국 정부가 이처럼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수습을 위해 양적완화(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을 통한 자금 공급) 정책을 폈던 2009~2012년이 유일하다. 위원회의 추정이 현실화할 경우 현재 15조달러 수준인 미국 국채 발행 잔액이 10년 뒤 2배 가까이 불어날 수 있다. 위원회는 “(국채 대량 발행은)재무부에게 유례 없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미국 국가채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앞세운 트럼프 정부의 경기부양책 때문에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으로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취임 첫해인 2017회계연도(2016년 10월~2017년 9월) 5,460억달러 규모로 발행된 국채는 집권 2년차인 2018회계연도엔 두 배를 훨씬 넘는 1조3,380억달러어치가 풀린 것으로 추정된다. 2010회계연도(1조5,860억달러) 이래 연간 최대 발행액이다. 국채 발행분에서 상환분을 제외한 순공급 규모 또한 2017회계연도엔 5,217억달러였지만 지난해엔 2018회계연도 종료를 3개월 앞둔 7월에 이미 8,499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비롯한 해외 수요 감소 추세

미국 국채가 아무리 우량 자산이라 해도 시장이 이만한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해외 시장에서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어서다. 최근 통계치인 지난해 11월 미 국채 해외 보유량(6조2,014억달러)만 봐도 1년 전(6조3,062억달러)에 비해 100억달러 이상 줄었다. 위원회는 “최근 수년 간 해외 국가들의 (미 국채 매입 재원인)외환보유액 증가 속도에 비해 국채 유통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공급 과잉 상태로 규정한 셈이다.

특히 최대 고객이던 중국의 경우 지난해 5월 이래 6개월 연속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11월 미 국채 보유 잔액은 6개월 전(1조1,831억달러)보다 5.2%(617억달러) 감소한 1조1,214억달러로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장에선 이를 미중 무역분쟁과 결부 짓고 있다. “중국이 외국자본 유출을 막으려 위안화 절하 방어에 나섰다”는 지적부터 “중국이 미국을 압박하려 전략적 국채 매도에 나섰다”는 정치적 해석까지 분석은 다양하지만, 어느 쪽이든 미중 무역분쟁의 진척 상황에 따라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미 국채 공급과잉을 초래할 또 다른 변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이다. 금융위기 당시 미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대량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자금을 공급했던 연준은 2017년 10월부터 4조5,000억달러에 이른 보유 채권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처음 월 100억달러(국채 60억달러)였던 매각량을 단계적으로 늘려 지난해 10월부턴 매달 500억달러(국채 300억달러)를 처분하고 있다. 연준이 기존 방침을 유지할 경우 시장에 갈수록 많은 국채가 쏟아질 판이다.

◇미 국채 금리 오르면 세계가 흔들

채권이 과잉 공급되면 채권 가격(수익률)이 하락하고, 이는 수익률과 반비례하는 채권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런 원리에 따라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금융시장엔 큰 풍파가 닥칠 공산이 크다. 금리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돈의 속성상 글로벌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국채로 미 국채로 몰려들면서 주식시장이나 신흥국 시장 등 이른바 ‘위험자산’ 시장에서 투자금이 급속히 유출되기 쉽다. 더구나 이러한 달러화 자산 투자 수요 증가가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려 신흥국 통화의 약세를 초래할 경우 이들 국가에 유입된 투자자금이 더욱 급속히 이탈할 수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3%대로 치솟았던 지난해 10월 글로벌 증시가 폭락을 겪은 것이 비근한 사례다.

이러한 우려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때 급등했던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난해 연말 이래 연 2.7% 부근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 근거다. 이를 두고 미국 가계와 기관투자자들이 자국 국채 수요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미국 가계가 보유한 국채는 지난해 11월 2조3,000억달러 규모로 연초(1조9,000억달러)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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