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준(準)조세’ 역할을 하는 각종 부담금 규모가 올해 역대 최대인 2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퇴출 판정을 받은 부담금의 70%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서 대대적인 정비가 시급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부담금 징수액은 21조99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담금 징수액은 지난 2004년 10조원을 돌파한 지 13년 만인 2017년 20조원을 돌파하는 등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전준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문연구원이 2003~2017년 11차례에 걸쳐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부담금운용 평가단이 평가한 내용을 전수 분석한 결과, ‘부과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은 25개 부담금 중 폐지 또는 개선된 부담금은 7개(28%)에 불과했다. 70%가 넘는 부담금이 부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중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담금, 재건축부담금(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연초경작지원출연금 등은 폐지 권유를 받았으나 여전히 존치되고 있다. 여권발급 때 부과되는 국제교류기여금, 해외항공권에 부과되는 출국납부금과 국제빈곤퇴치기여금, 회원제골프장 시설 입장료부과금, 카지노사업자 납부금, 전력산업기반기금부담금, 환경개선부담금 등은 조세전환 권유를 받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 비용충당, 특정행위 억제, 바람직한 행위 유도 등을 목적으로 사업과 관련된 대상에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돈이다. 세금은 아니지만 강제징수되기 때문에 준조세 성격이 강하다. 물론 재정으로 뒷받침하기 어려운 공적사업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부담금은 재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저해할 소지가 많고, 그간 운용도 방만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담금 축소를 공언했으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부담금을 폐지하고 세금으로 전환하면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은데다, 부처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굴러 들어오는 ‘쌈짓돈’을 포기할 이유가 없어서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과다한 부담금은 투자와 소비 등 경제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부담금이 자동 폐지되는 일몰제 도입 등을 통해 불필요한 부담금은 서둘러 폐지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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