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수준, 다른 시설의 70%선... 경력 무색 
 평균 근속 4.8년... 돌봄 서비스질 하락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사회복지사 장선희(가명ㆍ45)씨는 2016년부터 중부권의 한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에서 일을 하고 있다. 7년 전 방문요양센터에서 사회복지사 일을 시작했으나 성폭력피해자 문제의 심각성이 주목 받으면서 성폭력 상담 전문교육 100시간을 별도 이수한 후 이곳으로 왔다. 하지만 장씨는 최근 이 시설에서 계속 일해야할지 심각히 고민 중이다. 장씨의 지난해 월급은 157만원. 최저임금에 맞춰 책정된 금액으로, 200만원 정도를 받는 같은 경력의 다른 시설 동료들의 80% 수준이다. 소명의식을 갖고 하는 일이지만, 허탈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장씨는 “아무리 좋은 뜻으로 일한다고 해도 상대적 박탈감에 힘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시설에서 채용공고를 냈는데 한 달 이상 이력서를 내는 사람이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12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여성폭력피해자 지원시설 종사자 근로조건 개선’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장씨와 같이 여가부 지원을 받는 여성폭력피해자지원시설 종사자 인건비는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다른 사회복지시설(장기요양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등) 종사자의 70.0%(2017년 기준)로 나타났다. 여성지원시설 종사자의 월 평균임금은 187만8,000원이고 시설장이나 중간관리자가 아닌 상담직 종사자의 평균임금은 170만원이었다. 해바라기보호센터, 지자체의 가정폭력상담소 등 가정폭력ㆍ성폭력 등의 피해자를 상담하거나 보호하는 여성지원시설은 전국에 545곳 있으며 약 2,800명이 종사한다.

연차가 쌓일수록 임금격차도 커진다. 선임상담원의 1호봉 평균 임금은 다른 시설 같은 호봉 상담원의 85.9% 수준이지만 14호봉의 경우 49.4%로 떨어진다. 복지부에서는 경력과 연동된 임금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여가부는 이런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연차가 쌓여도 장씨처럼 최저임금 수준의 처우로 일하다 보니 이직률(30.5%)은 높고 평균 근속기간은 4.8년밖에 안 된다. 호남지역의 한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일하는 김상옥(가명ㆍ50)씨는 “젊은 사회복지사들은 여성폭력피해자지원 시설 쪽으로 일하려고 하지 않고 취직을 해도 금방 옮기기 일쑤라서 전문성 있는 인력을 구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종사자들의 이직이 빈번하면서 서비스질이 낮아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ㆍ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비스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 때문에 상담 및 보호를 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고스란히 손해를 보는 셈이다. 성ㆍ가정폭력은 피해 유형이 다양해 피해자들에 대한 맞춤형 돌봄이 필요하고, 사회복지사를 피해자가 신뢰를 해야 치유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 돌봐줄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필요하다. 현재(2017년 기준) 방문상담을 받거나 보호시설에 머무는 등 지원시설 이용자 수는 연 25만명 수준이다.

노현진 여가부 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연대 상임대표는 “성ㆍ가정폭력 피해자들은 다양한 유형의 피해를 입어 전문적 돌봄이 필요하다”면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인력이 눈에 띄게 줄고 있어 서비스 질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지난해부터 지원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 등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김현원 여가부 권익보호과장은 “연구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시설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했다”며 “구체적인 보완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유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가족정책연구센터장은 “직급, 직위별 적절한 차이를 반영한 인건비 가이드라인 마련하고 보수를 포함해 시설 간 종사자 근무여건을 균등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