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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김복동 할머니 빈소서 큰절 “역사 바로세우기,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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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김복동 할머니 빈소서 큰절 “역사 바로세우기, 잊지 않겠다”

입력
2019.01.29 18:09
수정
2019.01.29 23:3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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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 이어 고교생 등 시민들 조문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조문 뒤 김 할머니 영정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서재훈 기자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조문 뒤 김 할머니 영정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서재훈 기자
[조문02]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큰 절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문02]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큰 절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은 할머니를 기리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김 할머니와 평생 함께 싸워 온 동료 할머니들의 슬픔은 남달랐다. ‘나비기금’을 함께 만들었던 길원옥(91) 할머니가 오후 2시 35분쯤 휠체어를 타고 도착하자 빈소는 숙연해졌다. 김 할머니가 좋아했다는 노란색 조끼를 챙겨 입은 길 할머니는 휠체어에서 내려 무릎을 꿇고 영정사진을 한참 바라보다 눈을 감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5분 만에 천천히 일어선 길 할머니는 말을 잇지 못하다 나지막이 “좀 더 계셨음 좋겠는데, 이렇게 빨리 가시네”라고 말했다. 빈소를 지키던 사람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어 오후 3시 50분쯤 빈소에 도착한 이용수(91) 할머니는 영정 앞에서 “왜 갔어, 안 간다고 했잖아”라며 오열했다. 이 할머니는 “27년간 일본 대사관 앞에서 (외친) 우리가 무슨 죄가 있냐”라며 “저 하늘나라 가서 아픈 데 없이 훨훨 날아가서 우리를 도와달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날 오전 11시 조문이 시작되자 위안부 할머니들의 유엔 증언은 소재로 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나문희씨가 먼저 상가를 찾았다. 이어 위안부 문제를 맡고 있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도착했다. 진 장관은 “주무부처 장관으로 할머니께 너무 죄송하다”라며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렸다.

오후 3시 7분쯤 문재인 대통령이 빈소를 찾았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위안부 할머니 빈소에 조문했다. 검은 정장과 넥타이 차림에 굳은 표정의문 대통령은 영정 앞에서 헌화한 뒤 큰 절을 했다. 이후 김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8초 가량 응시하며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어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등과 인사한 뒤 빈소 옆 응접실에서 길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조객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라는 글을 남기고 빈소를 떠난다. 조문 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스물 세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원칙론을 재확인한 셈이다.

일반 시민들도 상가를 찾아 눈물을 흘렸다. 특히 학생 조문객들이 눈길을 끌었다. 경기 파주의 동패고에 재학중인 이상운(18)군과 박채영(18)양은 “지난해 나비 모양 배지를 제작해 수익금 전액을 할머니들 활동에 기부한 적이 있다”라며 “할머니가 사과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게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찾아왔는데 남은 사람들이 노력해 앞으로라도 할머니의 뜻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등학생 김지원(18)양은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한 번도 김 할머니를 직접 뵙지 못 했는데, 이런 소식부터 듣게 됐다”면서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빨리 일본의 사과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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