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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광주… 아물지 않은 상처 다루는 남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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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광주… 아물지 않은 상처 다루는 남산예술센터

입력
2019.01.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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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이 23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2019년 시즌 프로그램 발표 간담회'를 열고 올해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를 작품 6편을 공개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문화재단이 23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2019년 시즌 프로그램 발표 간담회'를 열고 올해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를 작품 6편을 공개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1년 동안 올려질 작품들에 수식어를 붙이자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여전히 남아 있는’ 정도가 될 거예요. 몇 년 간 ‘사회적 참사’로 불리는 여러 사건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연극을 책임지고 있는 창작자들은 이런 사건이 빨리 종결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망각하지 않도록 하는 거죠. 남산예술센터에 올라가는 작품들도 그런 맥락입니다.”

23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시즌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이 밝힌 올해의 주제다. 매년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이슈에 주목해 온 남산예술센터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날 공개된 6편의 시즌 프로그램은 세월호 참사,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태, 광주 민주화운동을 아우른다. 소설 외 장르로 접하기 어려웠던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무대 언어로 소개된다.

올해 남산예술센터는 4월 ‘7번 국도’로 시즌 프로그램 막을 올린다. 백혈병으로 딸을 잃은 아버지이자 택시운전기사인 동호가 어느날 7번 국도에서 군복 입은 청년을 승객으로 태우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작품을 쓴 배해률 극작가는 “마땅히 막을 수 있었으나 막지 못한 죽음을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로 작품을 소개하며 “우리가 익히 하는 피해자의 전형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상현 연출가가 극작과 연출을 맡은 ‘명왕성에서’는 올해 5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진혼곡이다. 경기 안산시 단원고 기억의 교실과 납골당의 기록들, 희생자 부모와 직접 현장을 수습했던 잠수사의 언어가 작품에 녹아 들었다.

자신의 작품을 연극이나 영화 등으로 각색하는 것을 환영하지 않기로 유명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무대에 올려진다. 하나의 주제를 여러 악기가 변주하는 ‘푸가’의 형식을 차용해 ‘휴먼 푸가’라는 새 제목을 붙였다. 공연창작집단 뛰다를 이끌고 있는 배요섭 연출가는 “소설의 서사를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연극 만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데 한강 작가와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도 다시 공연된다. 지난해 초연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주관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에 꼽히며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2018년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인 서민준 극작가의 ‘묵적지수’도 무대에 오른다.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묵자가 강대국 초나라의 침략을 막기 위해 초나라 혜왕과 모의전쟁을 벌였다는 고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래은 연출가는 “2,500년 전 전쟁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능력주의, 자본주의, 젠더와 위계에 의한 폭력 등 2019년의 모습을 담아내는 게 연출의 가장 중요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남산예술센터의 또 다른 화두는 ‘극장 지키기’다. 남산예술센터는 서울시가 극장 소유주인 서울예대로부터 2009년부터 임대 받아 운영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서울시로부터 운영을 위탁 받았다. 서울예대가 지난해 서울시에 계약 종료를 통보하며 연극계에서는 극장 공공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양구 극작가와 류주연 연출가가 의기투합해 이를 둘러싼 이슈를 정면으로 내세운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터’(가제)를 만든다.

6편의 작품을 맡게 된 연출가의 성비를 반반으로 맞췄다. 지난해 연극계를 휩쓴 미투 운동 이후 창작진의 비율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서다. 우연 극장장은 “전쟁 이야기를 다룬 ‘묵적지수’도 으레 짐작되는 남성이 아닌 여성 연출가가 맡는다”며 “세 여성 연출가가 남다른 시각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의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nsac.or.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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