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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저감? 현재 기술론 효과 미미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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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저감? 현재 기술론 효과 미미할 듯

입력
2019.01.23 18:49
수정
2019.01.23 20:5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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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서해서 해상 첫 실험] 

 덕적도 인근서 연소탄 24발 살포… 기상관측선 등서 저감 효과 분석 

 현재 시간당 1mm 이하 강수 증가… 10mm 이상 돼야 미세먼지 줄어 

인공강우 원리/ 강준구 기자/2019-01-23(한국일보)
인공강우 원리/ 강준구 기자/2019-01-23(한국일보)

기상청과 환경부가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실험을 진행한다. 인공강우는 주로 가뭄 해소 등을 위한 방안으로 연구돼 왔으나 미세먼지가 ‘재난’으로 인식될 정도로 심해지자 미세먼지 저감 효과까지 낼 수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실험에 나선 것이다.

국립기상과학원과 국립환경과학원은 25일 서해상에서 기상항공기를 이용해 만들어낸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분석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그간 경기와 충청, 강원 평창 등 내륙 지역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했지만, 서해와 같은 해상 실험은 처음이다.

◇미세먼지 유입 통로인 서해상에서 첫 실험

실험 지역은 인천 덕적도 인근 서해상이다.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우선 인공강우를 실험할 수 있는 구름이 있어야 하고 미세먼지도 일정 정도 있어야 해서 기온ㆍ습도ㆍ바람 등 기상 여건까지 고려해 서해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속 35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기상항공기가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 연소탄 24발을 살포하면 국립기상과학원은 구름과 강수 입자 변화를 관측하고, 천리안 기상위성과 기상레이더를 활용해 인공강우 생성 효과를 분석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해상의 기상관측선과 내륙의 도시대기측정소 등에서 인공강우 물질 살포 전후를 비교해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한다. 향후 이어질 인공강우 실험을 어디에서 할지, 앞으로 예정된 총 15차례 실험 중 몇 차례나 미세먼지 연구와 병행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 실험 장소를 서해 먼바다로 결정한 건 미세먼지 국외 유입의 통로인 서해상에서 인공강우를 시도해 해상은 물론 내륙에까지 변화를 주는지 관측하기 위해서다.

◇현재까지 실험으론 시간당 1mm 가능

인공강우는 구름이 없는 마른 하늘에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름은 형성돼 있으나 비가 내릴 정도의 기상 여건이 조성되지 못했을 때 인공적으로 여건을 만들어줘 비가 내리도록 하는 것이어서 인공증우(增雨)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지난해 12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해 9차례 증우 또는 증설 결과를 얻었다. 증우량은 대체로 시간당 1㎜ 이하였다. 주 원장은 “기술적 한계로 인공강우 분야 선진국도 0.1~1㎜ 정도로 강수 증가량이 적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중국, 태국 등 해외에서도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시도를 했지만 공식 성공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7년 경기도와 국립기상과학원이 경기 지역에서 9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하면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했으나 현재 기술로는 실제 현장에서 미세먼지 개선을 목적으로 활용하기는 무리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환경부 “극적효과 없어도 기술 축적 의의”

국내에선 기상 여건상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때 주로 고기압이 형성돼 있어 비를 내리게 할 구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강우량이 최소 10㎜ 이상은 돼야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는데 현재 기술로선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건 어렵다”며 “오히려 비의 양이 적으면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립자인 에어로졸 증가로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인공강우 관련 발언과 지시로 급조한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대책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현재 기술로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별로 없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요오드화은 연소탄 24발에 약 700여만원이 드는 등 1회 실험에 큰 비용이 드는 건 아니다”면서 “당장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없을지 몰라도 기술이 축적되면 먼 미래에는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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