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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먹방ㆍ신상 리뷰ㆍ하우투… 새 소비시장 만드는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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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먹방ㆍ신상 리뷰ㆍ하우투… 새 소비시장 만드는 유튜버

입력
2019.01.16 04:40
수정
2019.01.16 09:5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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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유튜버 이승인씨.
일상 유튜버 이승인씨.

# 지난달 8일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의 파워블로거인 ‘왕훙’들이 한국 화장품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 등을 통해 중국에 소개하는 생방송을 진행했다. 행사에 참여한 왕훙 100여명의 팔로워 수는 약 2억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4배에 달한다.

국산 브랜드를 외국에 알리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였는데 소비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행사에 소개된 제품들은 현지 구매 대행을 하는 ‘다이공’ 들에 의해 주문 접수가 이어졌으며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개인 관광객들도 “왕훙이 소개 했던 그 화장품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 직장인 김 모 씨는 요즘 스니커즈 수집 취미에 푹 빠져 지낸다. 래퍼 출신 와디(37)가 유튜브에서 운영하는 ‘와디의 신발장’ 채널을 보다가 스니커즈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와디는 이 채널을 통해 각종 스니커즈 리뷰 영상이나 외국 출장 중 들른 스니커즈 매장 소개 영상을 올린다. 현재 구독자 9만 명으로 스니커즈 영상 유튜버 중 최다 구독자를 갖고 있다. 김 씨는 “와디 채널에서 소개된 스니커즈 전시회 등에 참석했다가 신발 사 모으는 재미를 새롭게 발견했다”며 “취미 활동을 하려면 예전보다 지출을 늘려야 하지만 직장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골방에서 라면을 먹는 모습, 새로 구입한 휴대폰 리뷰, 안 입는 옷 리폼하는 법….

예전 같으면 방송 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콘텐츠들이 ‘먹방’, ‘신제품 리뷰’, ‘하우 투(How to)’ 등의 이름을 달고 온라인 동영상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개인의 관심사나 사적인 행위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소비 시장을 창출하고 있는 1인 방송인들이다.

장난감 리뷰로 지난해 말까지 약 260억 건 이상의 유튜브 조회수를 올린 7살 미국 꼬마 라이언도 새로운 소비 시장을 창출한 대표적 1인 방송인이다. 라이언은 7살 아이의 눈으로 새로운 장난감을 뜯어서 조립하거나 시연하는 방송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의 공감을 얻었고 유튜브를 통해 지난 1년간 2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라이언의 수입은 유튜브를 통해서만 얻어지는 건 아니다. 그는 어린이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업 ‘포켓 워치'와 전속계약을 맺고 유튜브 콘텐츠를 재가공해 동영상 사이트 ‘훌루’와 미국의 전자상거래 기반 IT 기업 아마존에 공급하고 있다. 또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에 장난감과 의류 컬렉션을 단독 납품하는 ‘라이언스 월드’도 오픈했다.

국내에서는 ‘서은이야기’의 신서은(5)양이 장난감 체험 유튜버로 유명하다. 240만여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신 양은 생후 21개월 때부터 유튜브를 시작해 현재까지 600개가 넘는 영상을 올렸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신 양의 영상을 보고 장난감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6살 여자 아이를 키우는 주부 송모 씨는 “아이와 동영상을 같이 보다가 괜찮은 장난감을 발견하면 구매하는 편”이라며 “아이 시각에서 만들어진 장난감 체험 영상이라 구매 후 크게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1인 방송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박막례(72) 할머니도 구독자 57만여 명을 보유한 파워 유튜버다. 처음엔 치매를 예방해 보자며 시작한 1인 방송인데 할머니의 직설적 화법이 인기를 끌면서 구독자 수가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홈쇼핑 방송에 출연해 화장품을 소개하고,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 선수와 뷰티 광고를 찍기도 했다. 특정 주제가 아닌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동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인기를 얻는 유튜버도 있다. 이승인(29)씨는 ‘스물아홉 자취생의 떡국 끓여먹기’, ‘혼자 KTX타고 부산 1박 2일’ 등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유튜브에 올려 42만여명의 구독자를 끌어 모았다.

유튜버들의 주 수입원은 동영상 앞에 붙는 광고 영상이다. 하지만 구독자수가 수십만에 달하는 파워 유튜버들은 기업의 간접광고로 더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 영상을 만들 때 해당 기업의 제품을 노출시키거나, 제품의 성능을 소개하는 영상을 별도로 만들기도 한다.

이승인 씨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동영상 앞에 붙는 광고 영상보다 대기업 협찬 광고 수입이 사실 더 크다”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자연스럽게 벌 수 있는 유튜버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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