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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학자가 들려주는 몽골 선교 이야기 “젊은이들, 돈키호테처럼 꿈꾸며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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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학자가 들려주는 몽골 선교 이야기 “젊은이들, 돈키호테처럼 꿈꾸며 살길…”

입력
2019.01.14 04:40
수정
2019.01.14 09:4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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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현 고려대 명예교수 ‘은퇴후 쿼바디스’ 출간

원우현 교수가 몽골국제대학교 신입생 수업에서 수강생들과 “믿음, 소망, 사랑”을 외치고 있다. 원우현 교수 제공
원우현 교수가 몽골국제대학교 신입생 수업에서 수강생들과 “믿음, 소망, 사랑”을 외치고 있다. 원우현 교수 제공

“연구 논문도 아니고, 은퇴 후 상념을 담은 말랑말랑한 글이라니. 처음엔 제자들 보기 민망할까 망설였죠. 하지만 자신에 대한 정체성과 미래에 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몽골에서의 묵상들을 풀었습니다.”

원로 언론학자인 원우현(77) 고려대 명예교수가 최근 출간한 ‘은퇴후 쿼바디스’는 회고록이 아니다. 원 교수가 우연한 기회에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로 파송돼 시작한 작은 영적 걸음의 발자취들을 모은 경험담이다.

책은 지극히 소소하다. 부실한 몽골 양파를 보며 깨달은 진리, 쓰레기장과 전통 게르를 찾는 교회 믿음의 길의 선교 일화가 담겨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원 교수를 만나 몽골 선교 뒷이야기를 들었다.

2007년 고려대 언론학부에서 정년 퇴임한 원 교수는 2016년 울란바토르로 향했다. 몽골국제대학교(MIU)의 부총장 겸 미디어학부 교수를 맡으면서 국제언론미디어 연구원을 신설하기 위해서였다. 외형은 교육사업이지만, 그를 몽골로 이끈 건 신앙이었다.

원우현 교수가 저서 ‘은퇴 후 쿼바디스’ 속 자신의 글들을 다시 읽어보고 있다. 책에는 자유언론선언과 철우언론법상 제정 등 삶의 편린들이 담겨있다. 원우현 교수 제공
원우현 교수가 저서 ‘은퇴 후 쿼바디스’ 속 자신의 글들을 다시 읽어보고 있다. 책에는 자유언론선언과 철우언론법상 제정 등 삶의 편린들이 담겨있다. 원우현 교수 제공

서울과 달리 몽골에서의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홀로 기도하는 시간이 늘면서 그는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졌다”고 했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 평안을 뒤로 하고 영적 여행을 떠난 그의 모습은 아브라함의 삶과도 겹쳐 보인다. 아브라함은 75세 때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고향 땅 갈대아 우르를 떠났다. 원 교수는 “젊어서 모든 걸 버리고 갔어야 진짜지, 있는 걸 다 누리고 뒤늦게 하나님의 말씀을 따른 게 무슨 대단한 일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이 해외 선교에 적극적인 뜻을 가졌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은 있다”고 덧붙였다.

노장의 열정은 여전하다. 원 교수는 “대학의 교수로 누리던 삶을 다 내려놓고 다시 한번 낮은 곳에서 진 빚을 되갚아보자”고 다짐했다. 그는 풍족한 환경에서 쌓은 학문과 경험을 척박한 몽골의 학교에 풀어내는 것이 의미 있는 사회공헌이라 여겼다.

원 교수의 수업은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다. 신입생들은 첫 강의 때 퀴즈를 푼 후 원 교수가 일러준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성경 말씀을 외친다. “사대주의에 빠져 있는 몽골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성경의 말씀을 통해 젊은이들이 정체성을 찾고 미래에 관해 현명한 생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죠. 사회적 관계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자신을 믿을 때 비로소 진정 바라는 일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책도 같은 마음으로 썼다. 그는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길 바랐다. 젊은 독자가 돈키호테처럼 꿈을 꾸면서 살았으면 한다. 원 교수는 “내 나이 때가 되면 중년도 청춘”이라며 “이 책을 읽는 누구나 제2의 인생을 펼칠 자격이 있다”고 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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