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텍 노사 협상 극적 타결 
파인텍 노사 협상이 6차 교섭 끝에 극적으로 타결된 11일 오전 119구조대원들이 426일 만에 굴뚝 농성을 해제하는 농성자 홍기탁ㆍ박준호씨를 구조하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내 굴뚝 농성장으로 올라가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승계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의 지상 75m 굴뚝 위에서 농성을 벌이던 민주노총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46) 전 지회장과 박준호(46) 사무장이 11일 농성을 해제하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두 사람이 굴뚝 위로 올라간 지 426일만이다. 굴뚝농성으로는 세계 최장이다.

파인텍 노사는 이날 오전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정상화 합의서를 공개했다. 노사는 한 발씩 물러섰다. 합의서에 따르면 파인텍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는 노조가 요구했던 ‘책임경영’을 위해 파인텍 대표직을 맡기로 했고, 노조는 ‘스타플렉스에서의 고용승계’요구를 포기했다. 고공농성자를 포함한 노조원 5명은 올해 1월부터 최소한 3년간 고용을 보장받고, 7월 1일부터 정상가동 되는 파인텍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복귀 전까지 6개월간은 유급휴가로 임금 100%를 지급하기로 했다.

파인텍 노사 분쟁 일지_김경진기자

파인텍 노조가 굴뚝농성에 들어간 때는 2017년 11월 12일이지만, 노사가 첫 교섭에 나서기까지는 411일이 걸렸다. 양측이 1년 이상 교섭 테이블에 앉지 못한 이유는 오랫동안 노사 불신이 쌓였기 때문이다. 파인텍 분쟁은 2010년 한국합섬을 인수한 스타플렉스가 2013년 경영 악화를 이유로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정리해고 절차를 밟으며 시작됐다. 갈등이 불거진 지 5년이 넘는다. 2014년 시작, 408일 지속된 1차 고공농성이 마무리됐지만 고용승계를 명시한 단체협약에 대한 노사 입장차는 결국 2017년 또다른 굴뚝농성으로 이어졌다. 노조는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의 책임경영을 요구했고, 사측은 노조가 경영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요구로 단체협약 약속도 깨졌다고 맞섰다. 현재 스타플렉스는 수지타산이 맞는 베트남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분쟁을 중재할 외부조력자가 없었던 점도 사태 장기화를 부추겼다. 지방고용청과 노동위원회도 몇차례 중재를 시도했지만 극한 불신 탓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농성자들의 건강이 악화된 지난달에야 정치권과 종교계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으며 가까스로 교섭의 물꼬가 트였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사갈등이 쟁의로 가기 전부터 중재하는 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노사 신뢰가 높지 않다 보니 결국 극단적인 상태까지 치닫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파인텍 분쟁은 극적으로 마무리됐지만, 굴뚝농성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해결된 이번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될 국내 사양산업 구조조정의 해법에 대한 과제도 남겼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합성섬유산업에서 중국 등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산업이 어려워지며 이같은 갈등은 예고됐던 것”이라며 “노동계가 국내 상황만 보고 투쟁 노선만 고집하기보다는 대화하고 협상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농성은 풀렸지만 새로 가동될 파인텍 공장에 충분한 일감이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실제로 합의서는 ‘공장 생산 품목은 현 생산품과 스타플렉스 물량 중 가능한 품목, 신규 품목을 추가할 수 있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물량이 제시돼있지 않다. 자칫하면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처럼 해고자가 복직을 해도 공장에 일할 물량이 없는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노조 관계자도 “기존 파인텍이 생산하던 현수막 천과 같은 물품은 이미 국내 시장에서 물량이 적어 매출을 내기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사양산업의 구조조정을 무리하게 막기보다는 해고자들의 전직지원 등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유럽의 경우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전직지원기업을 세우거나 외부기관과 협력해 해고노동자 이직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영상 이유는 있었지만 파인텍 사측이 급작스럽게 공장가동을 중단해 분쟁을 키운만큼 해고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정희 연구위원은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경우라도 사용자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책임을 회피하기보다는 가능한 끝까지 고용을 책임지도록 정부가 관리ㆍ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경영상 어려움으로 정리해고를 하게 된다면 정부는 법적 절차를 명확히 지키도록 근로감독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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