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게 누운 여성과 그를 바라보는 남성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5천년 전 '커플 유골'이 인도에서 발견됐다.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와 BBC방송은 9일 최근 해부·세포생물학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인용해 이 같은 유골 발굴 내용을 보도했다. 논문에 실린 유골 사진을 살펴보면 여성은 똑바로 누워있고 남성은 이 여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연인에게 눈길을 보내는 남성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커플의 묻힌 모습이 계속될 사랑을 기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논문 저자 가운데 한 명인 바산트 신데 교수는 "이 커플을 매장한 이는 두 사람의 사랑이 사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골반 부위를 조사해 유골의 성을 판별해냈다. 커플의 나이는 21세에서 35세 사이로 추정되고 남성과 여성의 키는 각각 171㎝, 159㎝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들은 동시에 사망해서 묻힌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신데 교수는 "이 커플이 죽음을 맞았을 때 매우 건강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뼈에 금도 없고 두개골 등을 살펴봐도 질병을 앓았던 흔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신데 교수는 매장 상황을 살펴볼 때 당시 사람들이 사후 세계를 믿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무덤에서 도자기와 그릇이 함께 발견된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 유골은 인도 북부 하리아나 주 히사르 지역 라키가리 유적지에서 발견됐다. 이 유적지는 오늘날 파키스탄 동부 신드 주에서 하리아나 지역에 퍼진 '하라파 인더스 문명'에 속하는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신데 교수는 "이 유골의 DNA를 조사하면 5천500년 전 하라파인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하라파 유적에서 이같은 커플 무덤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지만, BBC방송은 1950년대 구자라트 주 등에서 커플 유골이 여러차례 발견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라파 인더스 문명은 파키스탄 신드 주 라르카나 인근의 모헨조다로에서 존 마샬 경이 이끄는 고고학자팀에 의해 1924년 처음으로 발견됐다. 모헨조다로에서는 격자형 도로망, 욕실을 갖춘 주택, 종교 예식용 목욕장, 유골, 장난감 등이 발굴됐다.
데칸대 고고부 발굴팀은 서울대 의과대학 법과학연구소 신동훈 교수팀과 함께 라키가리 유적지를 발굴, 조사해왔다. 이들은 지난 2015년에는 성인 남성 2명, 여성 1명, 어린이 1명 등 일가족으로 보이는 유골 4구를 발굴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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