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의 기차여행ㆍ버스여행]100% 순수 기차여행 ‘환상선 눈꽃순환열차’
환상선 눈꽃순환열차가 태백선 조동역~자미원역 구간을 달리고 있다.

겨울 여행으로 스키장과 눈꽃축제도 좋지만, 적극 추천하는 것 중 하나가 ‘환상선 눈꽃순환열차’다. 창밖으로 눈꽃이 만발한 숲과 발자국 하나 없는 설원이 펼쳐질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간이역마다 아름다운 풍경과 다양한 체험거리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환상선 눈꽃순환열차는 1998년 12월 13일 운행을 시작한 이래 20년 간 꾸준히 인기를 끌어 온 겨울 기차여행의 베스트셀러다. 연계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기차로만 역(추전역, 승부역, 분천역) 주변 관광지를 구경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순수 기차여행이다. 풍경도 환상적이지만, ‘환상선(環相線)’이라는 이름은 눈꽃열차가 태백선과 영동선 일부 구간(제천~영월~추전~태백~승부~분천~봉화~북영주~제천)을 순환하기 때문에 붙여졌다.

환상선 눈꽃순환열차 노선도. 태백선과 영동선을 한 바퀴를 돌기 때문에 환상선이라 부른다.
◇서울역->추전역(오전 9시~오후 1시40분)

오전 8시30분, 탑승객으로 붐비는 서울역 대합실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전세관광열차의 지정좌석에 앉으며 여행이 시작된다. 태백 추전역에 도착할 때까지 4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에 열차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좌석을 돌려 연인ㆍ가족과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거나 창밖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괜찮고, 책을 읽거나 꿀잠을 즐겨도 좋겠다. 준비해 온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내 집처럼 자유로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다가 주요 역을 지날 때마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인근 관광지에 대한 안내방송을 들으면 환상선 여행의 매력에 빠져든다.

서울역 출발전의 환상선 눈꽃순환열차.
정선 자미원역~조동역 구간 설경.

“잠시 후 우리 열차는 독특한 형태의 터널인 금대2터널을 통과합니다. 금대2터널은 길이가 1,975m로, 터널 속에서 뱀이 또아리를 틀듯이 열차가 한 바퀴를 돌아나오는 루프형 터널로서 일명 ‘또아리굴’이라고도 하며, 입구와 출구가 위아래로 놓여있어 터널을 들어갈 때 보았던 경치가 다시 나타나게 되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받게 됩니다.” 치악산의 고장 원주역을 지나며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의 한 대목이다. 의심의 눈초리로 창밖을 유심히 바라보면, 터널을 지나기 전 살짝 보였던 모텔 건물이 긴 터널을 통과한 후 다시 나타난다.

치악산 금대2터널 통과 전 풍경.
터널을 통과했는데 모텔 건물이 다시 보인다.

제천역부터는 단선이기 때문에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이왕 여행길이니 좋게 해석하면 멋진 풍경을 즐기라고 배려하는 듯하다. 정선군에 진입하면 천천히 산을 오르다가 드넓은 고랭지 채소밭을 만난다. 설원에 서 있는 소나무마다 눈꽃이 만발해 풍경은 점점 환상 속으로 빠져든다. 통과하는데 8분 걸리는 정암터널(고속철도 KTX 운행 구간을 제외한 일반 철도에서 세 번째로 긴 4,505m다)을 지나면, 첫 번째 정차역 태백 추전역에 도착한다.

◇추전역(오후 1시40분~2시), 첫 번째 정차역
국내에서 가장 높은 역, 추전역 표지석.
추전역에는 약 20분간 정차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m에 위치한 기차역답게 내리자마자 매서운 추위와 칼바람이 반긴다. 추위에 대비해 온몸을 꽁꽁 싸맸지만 그 이상이다.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고개를 돌리면 매봉산 풍력발전단지가 이국적이다. 먹거리 장터에선 어묵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격국 없어서 못 파는 촌극이 벌어진다. 20분의 강추위 체험이 짧게 느껴진다.

◇추전역->승부역(2시~오후 3시15분)

태백은 과거에 전국 제일의 광산 도시었지만, 현재는 ‘태백산 눈축제’로 관광객을 끄는 대한민국 대표 겨울 여행지다. 태백역과 구문소를 지나 낙동강 협곡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철길을 달려 환상선 열차는 봉화 승부역에서 다시 멈춘다.

◇승부역(오후 3시15분~3시45분), 두 번째 정차역
봉화 승부역 기념석.
30분간 정차하기 때문에 역 인근 숲길을 걸어 볼 수도 있다.

두메산골에 위치한 승부역은 열차가 아니면 갈 방법이 없다. 석포면소재지에서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 있지만, 길이 좁고 굴곡이 심하다. 눈 내리는 겨울에 함부로 차를 몰았다가는 꼼짝없이 갇힐 수도 있다. 승강장 중앙에는 승부역에 근무했던 김찬빈 역무원이 쓴 글이 시비처럼 남아 있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니,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라는 문구가 오지 중에 오지 승부역의 처지를 대변하는 듯하다. 그야말로 손대지 못한 청정 시골이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비룡계곡의 물소리를 벗삼아 오솔길을 걸으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절로 사라진다.

◇승부역->분천역(오후 3시45분~4시)
승부역과 분천역 사이의 양원역 간이역사.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는 15분. 눈 깜짝할 사이에 간이역인 양원역을 통과한다. 슬레이트 지붕의 소박한 역사지만, 양원역은 마을 주민과 세상을 연결하는 소중한 통로다. 무궁화호, 중부내륙열차(O트레인),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까지 열차가 하루 10회 이상 정차한다.

◇분천역(오후 4시~5시), 세 번째 정차역
분천역 산타마을 포토존.
분천역 산타마을의 얼음썰매장.

분천역은 2013년부터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의 출발역이자, 낙동강을 따라 승부역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 ‘백두대간비경길’의 베이스캠프다. 2014년 12월 19일부터는 코레일과 봉화군이 협력해 ‘산타마을’로 거듭났다. 승강장에 내리자마자 겨울왕국에 온 듯 착각에 빠진다. 산타포토존, 눈썰매장, 얼음썰매장, 레일바이크 등 즐길거리가 제법 많다. 대규모 놀이공원에 비하면 소박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정겹고, 모든 시설이 무료라 부담이 없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신나게 뛰어 놀면 1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분천역->서울역(오후 5시~9시50분)
서울로 오는 지루한 시간을 달래 주는 열차노래방.

다시 열차에 오르면 간헐적으로 불빛이 보일 뿐, 밖은 이미 어두컴컴하다. 슬슬 무료해질 때쯤 ‘열차노래방’에서 추억의 메들리에 빠져들면 서울로 오는 길이 지겹지 않다. 덩컹거리는 기차 진동과 리듬에 몸을 맞기며 ‘환상선 눈꽃순환열차’ 여행을 마무리한다. .

◇눈꽃열차 여행정보

올해 ‘환상선 눈꽃순환열차’는 무궁화호에서 새마을호로 업그레이드됐다. 승차권만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패키지 여행상품으로만 판매한다. 어른 기준 7만9,000원. 1월 12ㆍ19ㆍ26일과 2월 16일 서울역(청량리역 정차)을 출발한다. 해밀여행사(1577-7788ㆍwww.ktx7788.co.kr)로 문의.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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