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의 기대치에 턱 없이 못 미치는 지난해 4분기 잠정 경영실적을 발표한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홍보관 앞을 한 남자가 전화통화를 하며 지나가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끝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D램 가격 하락이 시작된 지난해 3분기에도 역대 최대인 13조6,500억원을 반도체로 벌어들인 삼성전자마저 4분기의 ‘어닝 쇼크’는 피해가지 못했다.

8일 삼성전자가 받아 든 작년 4분기 성적표는 반도체 업계를 넘어 경제계 전체에 충격을 줬다.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 산업 경쟁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수출의 18% 이상을 책임져온 반도체마저 무너질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상반기가 고비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급감한 것은 실적의 버팀목인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과 가격의 동반 하락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DDR4 8Gb) 고정거래가는 작년 3분기 8.19달러에서 지난해 말 7.25달러로 하락했고, 같은 시기 낸드플래시도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가격대가 형성됐다.

정부의 지난해 12월 수출입 자료에서도 반도체 수출액은 88억6,000억달러로, 2017년 동기 대비 83%나 하락했다. NH투자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D램은 지난해 4분기에 가격이 10% 내려가면서 출하량이 18% 줄었고 낸드플래시의 가격과 출하량도 각각 23%, 13%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해말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10% 이상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1분기는 메모리 반도체의 계절적 비수기인데, 가격 하락까지 겹칠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은 6조원대까지 주저 앉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 요인으론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부족으로 인한 PC 수요 감소, 애플 아이폰 신제품 판매 저조, 중국 시장의 스마트폰 판매 감소 등이 거론된다.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을 발생시킨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구매를 연기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기업들이 구매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관망세를 유지 중”이라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최대 고비는 올해 상반기로 점쳐진다. 메모리를 구매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마냥 시기를 늦출 수만은 없는데다 5세대 이동통신(5G) 시설투자 등으로 인한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메모리 제조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늦추며 재고를 소진하는 등 공급을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연구원은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이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금지로 인해 올해 안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D램 양산이 쉽지 않은 점도 우리에게는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잠정실적 설명자료를 통해 “하반기에는 신규 CPU 확산 및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증가, 메모리 사업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중국 시안사업장. 삼성전자 제공

주력 산업 위기에 어두운 수출길

‘반도체 쇼크’에 이어 주력 수출업종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할 거란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 수출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코트라는 올해 1분기 수출선행지수를 전 분기보다 5.5포인트 하락한 52.1로 전망했다. 올해 1분기 수출 증가세가 지난해 4분기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수출선행지수는 한국 제품을 수입하는 해외 바이어, 주재 상사들의 주문 동향을 토대로 수출경기를 예측한 수치다. 수출선행지수가 50이상이면 수출 호조, 이하면 부진을 의미한다.

코트라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 브렉시트에 따른 유럽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주요 수출국으로의 수출이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에서 올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증권은 올해 국내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5.5%에서 2.5%로, 유진투자증권은 기존 3.5%에서 1.0%로 내려 잡았다. 최근 조선업이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선 중심으로 수주를 늘리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산업의 부진을 만회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철강은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어 ‘큰 손’인 중국 내 수요가 늘기 어렵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국제 실물경기 둔화로 세계 철강 수요 증가율이 지난해 3.9%에서 올해 1.4%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물경기에 따라 소비가 좌우되는 자동차 역시 선진ㆍ신흥시장 모두 수출 수요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연구원은 ‘2019년 경제ㆍ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디스플레이와 가전제품 역시 공급과잉과 경쟁심화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가전(-7.5%), 철강(-3.3%), 디스플레이(-2.5%), 섬유(-0.3%), 자동차(-0.2%) 분야의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 역시 불안정한 국제유가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 설비 신ㆍ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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