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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일본인 84% “여성에게 왕위 계승권 용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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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일본인 84% “여성에게 왕위 계승권 용인해야”

입력
2019.01.06 18:00
수정
2019.01.06 19:5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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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과 결혼 후 왕족 유지토록 ‘여성 궁가’ 창설도 76% 찬성

아키히토(오른쪽 두 번째) 일왕 부부와 나루히토(왼쪽 두 번째) 왕세자 부부가 지난 2일 도쿄 고쿄에서 열린 신년 축하행사에 참석해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아키히토(오른쪽 두 번째) 일왕 부부와 나루히토(왼쪽 두 번째) 왕세자 부부가 지난 2일 도쿄 고쿄에서 열린 신년 축하행사에 참석해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5월 새 일왕 즉위를 앞두고 있는 일본에서 최근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3일 도쿄(東京)신문에 공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남성 왕족만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수정해 여성의 왕위 계승을 용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84.4%였다. 2016년 12월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85%가 “여성의 왕위 계승을 용인할 수 있다”고 밝힌 결과와 거의 비슷했다. 여성 왕족이 일반 남성과 결혼 이후 왕족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성 궁가(宮家) 창설에 대한 찬성 의견도 76.2%로 나타났다.

남녀 평등에 대한 인식이 정착됐고 현행 왕실전범 대로 남성에만 한정할 경우 향후 왕위 계승이 어려울 수 있다는 다수 일본인들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성별 구분 없이 왕위계승을 허용하는 영국의 사례를 감안해 ‘구시대적 규정’이라는 지적도 담겨 있다.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퇴위 이후 장남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즉위하면, 나루히토 왕세자 이후 세대에서 왕위 계승 자격을 가진 왕족은 아키히토 일왕의 차남인 후미히토(文仁) 왕자와 그의 아들인 히사히토(悠仁) 두 명에 불과하다. 아키히토 일왕의 남동생인 마사히토(正仁) 친왕은 80대 고령인 데다 승계순위에서 이들보다 밀려 왕위에 오를 가능성이 거의 없다.

여성 왕족도 일반인과 교제해 출가하는 경우가 늘면서 공무를 담당할 왕족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도 일본인들의 관련 인식에 변화를 준 원인이다. 지난해 10월 아키히토 일왕의 5촌 조카인 아야코(絢子)가 일반 회사원과 결혼하면서 왕족은 총 18명에 불과하게 됐다. 때문에 여성 궁가를 창설해 왕실활동을 맡겨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은 왕실 전통에 손을 대는 것에 소극적이다. 2016년 3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남성만 왕위 계승을 허용하는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보고서에 포함시키려 하자,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며 내용 철회를 요구한 흐름이 바뀌지 않고 있다. 여성 궁가 창설 논의도 2011년 민주당 정권에서 긍정 검토됐으나,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흐지부지됐다.

한편 신세대 왕족들이 과거 왕실전통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2008년 일왕의 사촌동생인 다카마도노미아(高円宮)의 장녀 쓰구코(承子)가 왕실 직속학교인 가쿠슈인(學習院) 대신 와세다(早稲田)대를 택한 것을 시작으로, 아야코가 조사이(城西)국제대, 후미히토 왕자의 장녀인 마코(眞子)도 국제기독교대에 진학했다. 가쿠슈인에는 문학, 이학, 법학, 경제학 4개 학부만 설치돼 있다 보니 시대흐름에 부응하는 신세대 왕족의 교육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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