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봉 전 하남시장, 재선 실패 후 어렵게 취업
“시민들 애환 알게 돼… 정치행보? 개의치 않아”
경기 하남시장을 지낸 오수봉 전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뒤 관내 버스업체에 재취업해 마을버스(2-1)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시민들과 더 가까이서 소통하겠다”며 망설임 없이 버스운전대를 잡았다. 오수봉 전 시장 제공

“어, 시장님이 왜 버스운전을 해요?”

민선6기 경기 하남시장을 지낸 오수봉(60) 전 시장이 요즘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버스운전대를 잡은 오 전 시장을 대번에 알아본 시민들이 이런 식의 질문들을 던진다.

오 전 시장은 그럴 때마다 “왜, 놀라셨어요?”라고 웃어 보인다. 그는 그러면서 승객들과 자연스레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시장을 지낸 그가 버스운전기사로 취직한 건 지난해 10월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시며 재선에 실패 뒤 4개월 만에 관내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재 취업한 것이다. 경기지역 대표 버스운수업체인 KD경기상운 등에 입사서류를 냈으나 ‘전직 시장이라 부담이 된다’ 등의 이유로 퇴짜를 맞는 서러움도 맛봤다. 어렵사리 재취업 관문을 뚫은 그는 4개월째 하남 배알미동∼풍산동(이마트)를 오가는 마을버스(2-1번)를 몰고 있다. 지자체장 출신이 버스기사로 재취업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오 전 시장은 “시민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겠다”며 망설임 없이 버스운전 기사의 길을 선택했다. 국내 굴지의 건설ㆍ제조기업 등에서 시장 때보다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며 ‘고문ㆍ이사’ 등으로 와 달라는 취업 제의를 뿌리친 것도 이 때문이다. 주변에서 권유하는 대로 그럴듯한 단체장 명함 하나 만들어 마냥 시간을 보내는 것도 체질에 맞지 않았다. 사실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컸다.

오수봉 전 하남시장이 자신이 운전하는 마을버스(2-1번)에 오르고 있다. 오수봉 전 시장 제공

그는 “버스운전을 하면서 시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니 세상 보는 눈이 넓어졌다”며 “그 속에서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삶의 애환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알게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오 전 시장은 사실 정치인의 길에 들어서기 전 3년간 시내버스 기사로 일했다. 이런 이력 탓에 다시 운전대를 잡는 일이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정치인으로서는 승승장구했다. 1995년 민선 1기 비서실장을 지낸 뒤 정치에 뛰어들어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내리 당선돼 제6~7대 하남시의원을 지냈고, 시의회 의장까지 역임했다. 2017년 4월에는 하남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돼 시장으로 일했다. 그는 재임 중 양복차림에 파란 운동화를 신고 현장을 누볐다. 이런 그를 시민들은 ‘파란 운동화 시장’이라 불렀다.

시장 출신인 그가 버스운전 기사로 되돌아오면서 ‘정치적 행보’라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오 전 시장은 “지금 이 시간이 나를 되돌아보는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하남시민들의 안전한 발 역할에 충실할 것이고, 시민들 속에서 새로운 하남을 그려 나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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