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배계규 화백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운영위에선 ‘얄궂은 운명’이 화제였다.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등 의혹을 두고 창과 방패로 맞붙어서다. 나 원내대표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를 할 수 없다고 버티며 대학 동기의 국회 첫 출석을 끌어냈다.

외나무다리의 두 사람은 어색한 악수만 가볍게 나누고는 날 선 기싸움을 펼쳤다. “삼인성호”(세 사람의 입으로 호랑이도 만든다)라며 한국당 공세에 유감을 표한 조 수석에 나 원내대표는 “양두구육(양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판다) 정권”이라 받아쳤다. 앞서 나 원내대표가 “조 수석의 사퇴”를 꺼낸 지난달 23일 조 수석은 페이스북에 노래 ‘No Surrender’(굴복은 없다)와 ‘맞으며 가겠다’는 문구의 사진을 실었다.

학창 시절에는 서로 관계가 좋았다고 알려졌다. 조 수석은 2010년 펴낸 대담집에서 나 원내대표에 대해 “노트 필기를 잘해 가끔 빌렸다”고 회고했다. 나 원내대표는 2012년 방송에서 두 살 어린 조 수석을 두고 “별명이 ‘입 큰 개구리’였는데, 동기 사이에서 귀여운 동생 보듯 했다”고 말했다.

정치적 노선은 크게 엇갈렸다. 조 수석은 학계에서 시민사회 목소리를 대변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일 때 ‘김상곤 혁신위원회’ 위원을 맡았고, 이후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에 발탁됐다. 나 원내대표는 판사로 지내다가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특보로 정계 입문하며 보수당에서 4선 의원이 됐으며, 최근 한국당 계열 첫 여성 원내대표가 됐다.

서로 얼굴을 붉힌 이번 대결은 두 사람 모두의 시험대였다. 조 수석은 위기 대응 능력에 의구심을 품어온 여권 우려를 데뷔전에서 잠재워야 했고, 나 원내대표는 원내 사령탑으로서 대여 투쟁력을 내보일 무대였다. 누가 더 나았는지는 생중계로 본 국민이 판단했으리라.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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