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농협 김민정 계장
“안절부절 현금인출 땐 의심
할머니 전재산 지켜 주어 기뻐”
대구 성서농협 김민정(40·여)계장이 농협 창구에서 카메라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김민정 성서농협 계장이 2일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던 현장에서 할머니에게 써준 메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처음 보는 손님도 안색만 보면 감이 옵니다.” 3일 오후 만난 대구 성서농협 본리동지점 김민정(40) 계장은 “보이스피싱범에 속은 고객은 얼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01년 농협에 입사해 18년차를 맞은 그는 꼼꼼한 일처리, 특유의 친화력으로 근무하는 지점마다 ‘어르신 팬’들을 몰고 다니는 베테랑. 남다른 눈썰미로 세 차례 보이스피싱 사기를 막았다. 그는 “작은 관심으로 고객의 전재산이나 다름 없는 돈을 지켜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 계장이 세 번째 보이스피싱 사기를 막은 건 새해 첫 영업이 시작된 2일 오전 9시 40분경이다. 그 날도 창구에 앉아 고객을 맞던 중 70대 할머니가 영업점으로 들어와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얼굴이 창백하고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김 계장이 다가서자 고객은 만기가 조금 남은 적금 3,100만원 전액을 5만원 권으로 뽑아달라고 했다.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하고 사용처를 묻자 “아들 주려고 한다” “전세 자금이다”라고 하는 등 횡설수설했다.

보이스피싱 최종 확인을 위해 예금인출서에 적힌 할머니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중이었다. 경찰은 “최근 보이스피싱범들은 피해자가 가족이나 경찰이 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전화를 끊지 않고, 스피커폰을 켜두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계장은 할머니가 스피커폰을 켜 놓은 사실을 확인하고 메신저로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뒤 돈을 세면서 할머니를 안심시켰다. 그 사이 다른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고, 10분만에 출동한 성서경찰서 형사 3명은 할머니 뒤를 미행하다가 돈을 건네 받으러 온 중국인 인출책을 붙잡았다.

김 계장은 앞서 2016년 12월과 2018년 10월에도 보이스피싱 사기피해를 막았다. 2016년에는 통장 발행지는 충청도, 사는 곳은 경기도인 사람이 2,000만 원 이상을 현금으로 찾으려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확인하던 중 보이스피싱인 것을 알고 신고했다.

지난해는 20대 여성이 아파트 중도금을 낸다며 3,000여만원을 현금으로 찾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 피해를 막았다.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을 달라는 것도 이상했지만 유난히 안절부절 못하는 고객을 보고 “현금이 너무 많아 경찰 불러 돈 주는 곳까지 안내하겠다”고 말해 안심시킨 후 경찰에 신고했다.

김 계장은 “최근 보이스피싱의 특징은 피해자가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해 금융기관 직원이 적절한 대처나 신고를 못하게 하거나, 여차하면 잠적하는 것”이라며 “직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 이상하다는 점을 느끼면 조용히 종이에 적어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말했다.

대구=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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