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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초석을 다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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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초석을 다지자

입력
2019.01.01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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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己亥年) 새해다. 새해 첫 일출은 늘 기대와 희망을 품게 한다. 새해에는 국민 각자가 원하는 바를 모두 성취하길 기원한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마음 한편이 무겁고 두렵기까지 하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협하는 쓰나미 같은 위기가 곳곳에서 경보음을 울리고 있어서다.

국민 불안은 먼저 잿빛 전망 일색인 경제와 악화하는 민생 문제에서 싹트고 있다. 한국경제는 성장률 전망이 계속 떨어지는 등 활력을 잃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저성장ㆍ저소비가 고착화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철강∙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한계에 봉착했다. 그나마 반도체 산업이 선전 중이지만 세계경기 하락과 중국의 추격으로 얼마나 버틸지 모른다. 더구나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장기화, 미국의 금리인상 등 외부 환경도 악화일로다.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산업구조 개혁으로 경제 활력 제고해야

우선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 등으로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자. 이를 토대로 한국경제의 미래 100년을 위한 산업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반드시 찾아내고, 상대적으로 고용 창출 능력이 뛰어난 의료∙금융∙교육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서자. 이를 통해 반도체에 편중된 산업 수익구조를 다변화해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신산업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도록 제조업, 서비스업 전 분야에서 특단의 규제완화 등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과 특정계층에만 쏠리면 모두가 잘사는 포용국가 실현은 요원해진다. 대기업 위주의 한국경제는 고속 성장의 성과에도 내수 부진, 가계소득 감소 등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했다. 하지만 이제는 저임금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와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복지 및 사회안전망 강화로 세계 최고 수준의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제 활력 제고는 결코 이뤄낼 수 없다.

과감한 소통과 정치적 양보로 협치 발휘를

경제 위기의 본질은 기실 정치 위기의 문제다. 집권 3년 차인 해를 시작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합적, 실용적 리더십의 강화는 그래서 더욱 긴요하다. 문 대통령은 이미 소득주도 성장 전략을 포용 성장으로 수정하며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모든 걸 건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불분명한 정책 메시지로 혼란을 키우고 있다. 최저임금 문제만 해도 보완을 약속했다가 최저임금 산정에 주휴시간을 산입해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사는 것이 최근의 대표적 사례다. 정책 수립∙시행 전 현장의 의견과 정책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 신뢰와 지지를 얻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회를 거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새해 경제정책 방향으로 ‘사람중심 경제’와 ‘경제활력 제고’ ‘경제체질 개선 및 구조개혁’ 등 기본 방향과 ‘대규모 프로젝트’ ‘사회적 타협’ ‘산업혁신’ ‘포용정책’ 등 4대 부문 16대 중점과제를 제시했다. 이런 정부의 역점 정책이 결실을 거두려면 국회 협력이 필수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야당들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소통 노력과 과감한 정치적 양보로 입법권력과의 협치를 이뤄야 한다. 집권 3년 차인 올해는 선거 등 대형 정치 일정도 없어 문재인 정부의 국정관리 능력이 본격 시험대에서 국민적 평가를 받게 되는 만큼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집권세력은 비상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더 긴요해진 문 대통령의 북핵 중재자 역할

새해에도 한반도 평화는 다시 갈림길에 선 형국이다. 지난해 역사적 성과에도 불구,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여정은 여전히 멀고 험난하다. 순풍을 타는 듯하던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남북 교류협력 확대와 관계 개선에도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북미 양측이 불신 속에 신경전을 거듭하는 한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쳇바퀴에 갇힌 협상은 공회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 회담을 만들어낸 것처럼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기 싸움이 넘지 못할 장애물은 아니다. 국내 정치적 상황 및 입지를 고려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협상 교착은 득이 아니다. 두 정상의 통 큰 양보와 과감한 결단을 기대한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짊어진 중재자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남북관계를 북미 비핵화 협상의 촉매제로 활용해 온 문재인 정부의 구상은 새해에도 유효하다. 그 시작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돼야 한다. 김 위원장이 “내년에도 자주 만나 평화∙번영을 진척시키자”는 세밑 친서를 보낸 점을 감안하면 어려운 과제도 아니다. 이를 발판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제공한다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과업도 불가능하지 않다.

더불어 대외 관계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특히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강제징용 판결, 레이더 파동 등의 여파로 위험 수위에 도달한 한일 관계의 복원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미중 분쟁, 트럼프 정부의 고립주의 강화 등이 우리에게 미칠 후폭풍도 면밀히 챙겨 피해가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

갈등∙대립 넘어 양보∙타협 정신 발휘해야

우리 사회에는 지금 양보와 타협의 정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노동 분야가 특히 그렇다. 주 52시간제 도입,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노동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노동 문제는 사회 갈등의 핵심 축이 됐다. 이로 인해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에 있어 양측 요구를 어떻게 수렴 조정할지,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의 속도 조절이 가능할지가 관심사다. 노동 문제는 노사가 일방의 주장을 고수해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지난 시절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하나씩 고쳐간다는 전제 아래 노사의 양보와 타협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고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집권 3년 차에는 반드시 권력기관 개혁과 사법 농단에 대한 분명한 단죄가 마무리되어야 한다. 그래야 견제와 균형의 민주적 원리가 작동하고 사법 신뢰의 싹이 다시 돋아날 수 있다.

올해는 3∙1운동 10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대한민국의 지난 100년은 국민의 피와 땀이 이뤄낸 자랑스러운 역사다. 과거 역사의 의미를 깊이 헤아리되 시선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 100년을 향해야 한다. 갈등과 반목, 분열과 대립을 넘어 국민의 통합된 힘과 지혜로 기해년 새해를 미래 대한민국 100년의 초석을 놓는 해로 만들어 가자. 그 책임은 결코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만의 몫일 수는 없다. 평화를 지향하되 안보에는 단호하며,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익을 위해 사익의 침해도 감내하는 시민의식이 무르익는다면 안팎의 시련과 위기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대한민국 100년의 역사를 쓴 우리 민족의 역량이 그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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