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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벽돌책… 건축물처럼 단단하게 만들고 싶었죠”

입력
2018.12.28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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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부문 수상작 알마출판사의 '안평'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부문 수상작은 알마출판사의 '안평'이다. 안지미(왼쪽부터) 알마 대표, 김진형 편집주간, 채미애 편집자를 26일 서울 연남동 알마출판사에서 만났다. 류효진 기자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부문 수상작은 알마출판사의 '안평'이다. 안지미(왼쪽부터) 알마 대표, 김진형 편집주간, 채미애 편집자를 26일 서울 연남동 알마출판사에서 만났다. 류효진 기자

1,224쪽, 64㎜의 두께(제작 당시 제본 기술로 가능한 최대 제본 두께는 65㎜), 참고문헌과 연보 등 부록만 100쪽에 이르는 책. 방대한 자료를 가독성 있게 만들었다는 평과 함께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안평’의 외관은 흔히 말하는 ‘벽돌책’이다. 심경호 고려대 교수가 28년 동안 천착한 안평대군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조선 전기 정치ㆍ사회ㆍ문화사를 관통하는 책인 만큼 시와 그림, 도판 등 사료가 집대성 돼 있다. 2,000쪽이 넘었던 첫 원고를 책으로 탄생시킨 안지미 알마출판사 대표와 김진형 출판주간, 채미애 편집자를 26일 서울 연남동 알마출판사에서 만났다.

‘안평’은 “편집자라면 욕심낼 만한 책”이었다. 방대한 양의 원고를 분권하지 않고 한 권의 완성된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그래서 나왔다. 안 대표는 “‘전무후무한 책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안평이라는 한 인물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절제하면서 책을 단단하게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건축과 마찬가지로 원고의 요소가 많고 복잡할수록 설계는 단순해야 한다는 게 안 대표의 원칙.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사료의 질이었다. “도판의 질이 좋지 않으면 자료로서 의미가 없다는 기준에 따라 과감하게 책에서 제외한 도판도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을 전문가들에게도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도록 사료를 세심하게 살폈다. 두꺼운 두께에도 불구하고 ‘안평’이 마냥 어려운 학술서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이런 고민의 결과였다.

본문에 미처 담지 못한 아쉬움은 책의 맨 마지막에 접지 형태로 넣은 그림으로 달랬다. 안견이 안평대군의 명으로 그린 걸작 ‘몽유도원도’ 그림을 펼쳐 볼 수 있다. “처음엔 화첩만 따로 모아 부록을 제작하려고도 했지만, 제작 비용이 본 책보다 많이 든다는 말에 포기했다”는 말과 함께 터져 나온 웃음 속에는 단단한 책을 함께 빚어냈다는 보람이 담겨 있었다.

이미 함께 작업한 지 20년이 된 편집자, 디자이너, 오퍼레이터가 모여 함께 작업했다. 그런 면에서 ‘안평’은 편집과 디자인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짚어 낸 책이다. 채미애 편집자는 “좋은 책은 여러 사람이 자기 책이라고 주장하는 책이라는 말이 있다”며 “이 책이야말로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 작업한 책”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김진형 편집주간은 “시장성 등에 대한 고민보다 아름다운 원고를 얼마나 아름답게 구현해낼지 고민하는 출판사의 지향점에 상을 주신 것 같아서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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