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칼레 인근에서 이란 이민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영국 해협을 건너려다 프랑스 해군에 발각된 모습. 칼레=AP 연합뉴스

이제는 따뜻한 지중해에서도 자주 보이지 않는 이민자들이 최근 춥고 거친 영국 해협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영국 경찰이 “출근길 고속도로를 맨발로 건너는 격”이라고 지적하는 이 위험천만한 ‘작전’의 주인공은 대부분 이란인이다. 영국 내무부는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하룻동안만 영국 해협을 건너려는 이민자 그룹을 5개, 총 40명이나 발각했다. 이들 대부분은 나룻배나 고무보트를 타고 거친 겨울 바다를 건너려다 구조됐다.

실패하거나 해안 구조대에 걸리는 경우가 예사지만 최근 들어서는 성공 사례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11월 한 달 동안만 해도 영국 정부에 난민을 신청한 인원이 100명을 넘는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해협을 건너는 이민자 대부분은 이란인이다. 이들은 미국의 이란 핵 협상 탈퇴 등의 여파로 최근 경제난이 이어지고 있고, 비(非) 무슬림이거나 자유주의 성향 주장을 펼쳤다는 이유로 정부의 탄압을 받는다며 난민 자격을 요구한다. 기존 지중해 이민자 대다수가 빈곤 문제로 바다를 건너는 중부 아프리카 출신인 것과 대비된다.

다른 이민자들과 달리 이란인은 금전 여유가 있어 밀입국 브로커와 접촉해 비교적 안전한 경로를 확보하고 영국으로 향한다. ‘부유한 난민’인 셈이다. 애초 영국 해협을 건널 정도면 부유한 이민자 축에 든다. 프랑스 북부 해안 칼레의 이민자 지원단체 ‘이민자 숙소’의 마야 콘포르티는 “아프리카인은 프랑스 칼레에 도착할 쯤이면 한 푼도 없다. 여행 자금이 있는 이란인만이 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중해를 건널 때는 비행기를 탄다. 2017년 8월 세르비아와 이란 간 체결된 무비자 협정 덕택이다. 올해 10월 무비자 기간은 종료됐지만 이미 이란인 4만여명이 비자 없이 세르비아로 들어왔으며, 이 가운데 최소 1만2,000여명이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미오드라그 차키치 세르비아 난민지원센터 수석운영자는 BBC에 “다른 난민과 달리 이란인은 이민을 위한 준비가 잘 돼 있다”면서 “여행객처럼 호텔 등지에 머물면서 가짜 여권 등을 만들어 서유럽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밀입국 브로커가 요구하는 비용은 1만~2만유로(약 1,300만~2,600만원) 정도다. 브로커는 대개 범죄조직이라,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도 단속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란인들이 많은 비용과 위험을 무릅쓰고 애써 영국으로 가는 이유가 있다. 동유럽 이민자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유럽연합(EU) 탈퇴까지 결행한 영국이 특이하게도 이란 난민에게만은 관대하기 때문이다. 2017년만 해도 영국에서는 이란인 난민 신청자 2,500여명 가운데 1,000여명이 난민 인정을 받았다. 같은 기간 이라크인 2,300여명이 신청해 200여명 정도가 난민으로 인정된 것과 비교하면 성공률이 매우 높다. 아프가니스탄 등 다른 국가 출신 이민자가 이란인을 사칭한다는 얘기까지 떠돌 지경이다. 2019년 3월로 예정된 브렉시트 이후로 영국의 국경 통제가 더 강해지면 더 이상 밀입국 기회가 없을 거라는 예측 때문에 당분간 영국해협을 건너려는 ‘이란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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