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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일자리 내몰린 청년들 위해 기성 노조와 다른 목소리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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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일자리 내몰린 청년들 위해 기성 노조와 다른 목소리 내겠다”

입력
2018.12.27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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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사노위 청년 몫 참여하는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인터뷰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인턴기자

“비정규직과 위험의 외주화가 만연한 현재 노동시장 구조에서 열악한 일자리로 진입하는 대다수 노동자는 가난한 청년 세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故) 김용균씨 사례처럼, 청년 노동자일수록 위험한 일에 내몰리는 상황인 거죠.”

지난달 22일 출범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기존 노사정위원회와 달리 노ㆍ사ㆍ정 이외에도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 단체들에게도 참여의 문을 열어 놓았다. 이중 청년 몫으로 참여하게 된 곳이 ‘청년 노동권 향상을 위한 세대별 노동조합’을 표방하는 청년유니온. 양대 노총으로 대표되는 기성 노동계와 다를 바 있겠냐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김병철(25)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 세대가 겪는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청년을 대표해 경사노위에서 요구할 의제들로 △고용보험 개혁 △포괄임금제 폐지 △채용과정의 갑질 해소 등을 꼽았다. 그는 “열악한 근로조건, 상사의 갑질 탓에 어쩔 수 없이 ‘자발적 이직’을 하는 청년들이 많은데 해고와 같은 ‘비 자발적 퇴사’에 대해서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현재 고용보험 방식은 한계가 크다”면서 “특히 산업구조 개편과 함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로 종사하는 청년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 현재 고용보험은 이들을 거의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성 노동계와 상반되는 주장도 펼 예정이다. 가령 양대노총이 반발하는 직무급제에 대해 그는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평생 직장이 갈수록 없어지고 있는데 근속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지금의 호봉제는 더 이상 노동시장 변화 추세에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직장에 새로 진입하는 청년 노동자들이 겪는 (기성 세대와의) 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직무급제가 필요하죠. 단, 기성 노동조합에만 양보를 강요할 문제는 아니고 기업과 정부도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양대노총이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문제에도 그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기성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먼 훗날 얘기인 기금 소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 세대가 희생하는 건 과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어요. 이해가 되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초고령화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속도나 너무나 빠릅니다. 기금 소진 문제를 하루라도 앞당겨 예방하는 게 미래세대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는 길이라고 봅니다.” 그는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 “불안정 노동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가입 기간이 길수록 유리한) 국민연금보다는 기초연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논란이 된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에 대해 보수 야당 등은 ‘청년 구직자’를 최대 피해자로 지목한 바 있다. 청년유니온은 어떻게 생각할까. 김 위원장은 “정확한 기준과 합리적 절차 없이 고용 세습이 있었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정상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청년 구직자에 대한 차별로 보는 시선은 시험 만능주의가 만든 소모적인 갈등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규직 일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2, 3년간 열심히 시험 공부를 한 청년의 노력도 있지만, 비정규직 청년이 같은 기간 동안 일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력이 폄하 되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특정한 노력만 사회적으로 존중하고, 다른 노력에 대해서는 보잘것없는 것으로 너무 쉽게 치부하는 건 결국 시험 만능주의 사회가 만든 슬픈 자화상이 아닐까요?”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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