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시리아 주둔 미군 전면 철수를 결정하면서 지구 반대편 주한미군에 불똥이 튈지 관심이다. 중동과 한반도가 처한 안보상황이 전혀 달라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지만,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하는 트럼프의 변덕에 마냥 안심할 처지도 아니다.

주한미군은 흔히 ‘중국의 목을 겨누는 비수’로 불린다. 단순히 군사작전이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필요성에 따라 배치했다는 의미다. 과격단체인 이슬람국가(IS) 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시리아에 투입한 미군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한미군은 2만8,500명 가량으로 2,000명에 불과한 시리아 주둔 미군과 규모와 화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내세운 철군 명분은 두 가지다. 주둔에 돈이 많이 드는데다 파병 목적인 IS를 제압했으니 이제 손을 떼도 괜찮다는 논리다. 이른바 ‘역외균형’ 전략이다. 압도적인 힘의 우위로 상대를 쥐어짜기보다는 패권을 유지하는 선에서 하청업체에 물건을 넘기듯 역할을 분담해 비용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와 경제적 판단 사이의 괴리다. 시리아의 사례를 투박하게 적용하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인상하지 않는 한 언제든 병력을 뺄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연내 분담금 협상타결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상당한 부담요인이다.

물론 미국의 국방수권법은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일 경우 의회 승인을 받도록 규정해 전면 철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트럼프의 돌발행동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하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주한미군 일부 감축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가능한 셈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비롯한 의사결정 라인의 우려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철군을 결정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주한미군 배치에 부정적이던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하면 언제든 판을 뒤흔들 수도 있다. 복스는 “트럼프의 버릇이 도졌다”며 “이건 정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한국군이 미군을 지휘하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합의한 상태다. 여기에 비핵화에 뚜렷한 진전을 이뤄 북한의 군사위협이 현저하게 감소할 경우 주한미군의 존재감은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외교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국내에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한반도 평화 추진을 서두르고 유럽의 부자 동맹국들에 막대한 방위비분담금을 받아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유럽보다 먼저 분담금 협상을 시작한 건 한국이다. 시리아 철군의 첫 파장이 우리 정부에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20일 “제아무리 트럼프라도 주한미군을 섣불리 건드리진 못하겠지만 이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 정부는 더 험난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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