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해외석학칼럼] 가짜 뉴스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입력
2018.12.24 04:40
29면
0 0

‘가짜 뉴스’라는 용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에 붙인 별명이 되었다. 이는 전통적인 뉴스 보도의 형태로 제시된 고의적인 허위 정보를 설명하는 분석적 용어이기도 하다. 이 용어가 완전히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퍼스매거진은 1925년에도 가짜 뉴스의 위험성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성인의 3분의 2는 소셜 미디어에서 뉴스를 얻는다. 소셜 미디어는 외부 조작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고 있고, 이 같은 알고리즘은 수익이나 악의적 목적에 쉽게 이용될 수 있다.

아마추어, 범죄자 또는 정부든 간에 국내외 많은 조직은 기술 플랫폼이 정보를 문법적으로 분석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능하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은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을 역으로 추적하여 처음의 문서나 설계기법 등의 자료를 얻어 내는 일이다.) 러시아는 소셜 미디어를 무기화해 사용하는 방법을 파악하고, 이를 위해 미국 회사들을 이용한 정부 중의 하나다.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정보에 압도되어 사람들은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를 알기 어렵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사람들은 ‘필터 버블(Filter Bubble)’을 통해 이용자가 제공하는 정보만 접하게 된다. 소셜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는 사용자의 정보와 관심이 곧 제품인 광고주에게 판매되는 수익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알고리즘은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여 더 많은 광고를 제공하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다.

분노와 같은 감정은 참여를 자극하고, 터무니없는 뉴스는 정확한 뉴스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참여시킨다. 한 연구에 따르면 트위터의 이 같은 거짓은 정확한 뉴스보다 리트윗될 확률이 70%이상 높다. 마찬가지로 올해 초 독일에서 열린 시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유튜브는 극단주의적인 콘텐츠로 사용자를 체계적으로 안내했다. ‘클릭 수’와 수익을 중시하는 알고리즘 때문이다. 전통적인 뉴스 매체의 팩트체킹(사실확인)은 종종 사안을 따라잡기가 어렵고, 가끔씩은 거짓에 더 많은 주의를 끌게 함으로써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본질적으로 소셜 미디어의 수익모델은 국가나 비국가 행위자에 의해 동시에 무기화할 수 있다. 최근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한 무신경한 기록 관리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그 이후로 많은 것을 배웠고 우리 서비스에 대한 선거개입을 방지하기 위해 기술과 사람을 결합한 정교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에는 가짜 계정을 찾아 제거하는 자동화된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잘못된 정보를 과거에 비해 눈에 덜 띠게 하거나, 정치 광고를 게재하는 사람들의 국적을 확인하는 것 등의 조치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무기’ 경쟁은 소셜 미디어 회사와 국가 및 비국가 행위자간에 계속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적 해결책은 특효약이 아니다. 가짜 뉴스는 종종 더 자극적이고 터무니없기 때문에 진짜 뉴스보다 빠르고 멀리 퍼진다. 트위터에 대한 거짓 정보는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실제 정보보다 훨씬 더 신속하게 리트윗되고,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조차 그것을 반복하면 개인들이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러시아 세인트 피터즈버그의 인터넷 조사기관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미국의 지역 언론기관으로 위장한 수십 개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만들었다. 때로는 지역 후보자를 지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종종 민주주의에 대한 혼란과 혐오감을 주면서 유권자 투표율을 낮추도록 고안되었다.

의회가 1996년 통신품위법을 통과시켰을 당시 초기 소셜 미디어 회사는 고객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중립적인 통신 공급업체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지금 대규모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네트워크를 보다 신중하게 감시하고, 봇넷(botnetsㆍ사용자 모르게 악성소프트웨어에 감염되어 조종을 받는 컴퓨터)에 의해 확산된 것을 포함한 가짜 뉴스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되는 언론자유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를 야기한다. 봇넷 등 기계 및 외국인 행위자에게는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권리가 없다. 하지만 미국내 그룹과 개인은 해외 영향력있는 기관이나 인물에 대해서 중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외국 행위자들에 의한 피해는 우리가 스스로 가하는 피해보다 적을 것이다. 더욱이 가짜 뉴스의 근원지를 외국으로 위장하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유럽의 선거 경험에 따르면 탐사 저널리즘과 대중에 대한 사전경고는 허위정보가 난무하는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예방주사를 놓을 수 있다. 그러나 가짜 뉴스와 전쟁은 납품업자와 그들이 이용하는 플랫폼 회사 사이에서 ‘고양이와 쥐’ 게임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어디에서나 선거의 배경 소음 일부가 될 것이다. 끊임없는 경계만이 우리 민주주의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