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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참변] 언제 어떻게 어긋났는지... 보일러 배기구서 가스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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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참변] 언제 어떻게 어긋났는지... 보일러 배기구서 가스 샜다

입력
2018.12.19 18:07
수정
2018.12.19 23: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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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3명 일산화탄소 포화도 48% 넘어… 민박 규제 완화로 가스경보기 설치 의무 없어

19일 오후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국립과학수사요원들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국립과학수사요원들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마친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펜션 참변 원인은 보일러 가스 누출에 의한 일산화탄소(CO) 중독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배기구에 새어 나온 다량의 일산화탄소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관리ㆍ점검 규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숨진 김모(18)군 등 3명의 체내 혈중 일산화탄소 포화도가 48~63% 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체내에서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혈중 일산화탄소 포화도는 40% 이상을 치사량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보일러와 연결된 배기구 연통이 어긋난 사이로 다량의 일산화탄소가 누출돼 3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7명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 것이다.

경찰이 이날 국과수, 가스안전공사와 함께 진행한 강릉시 저동 아라레이크펜션 사고 현장 감식에서도 보일러와 연통 배기구 사이에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했다. “보일러 배기구 이음새를 실리콘 등으로 봉합하지 않고 허술하게 관리한 탓”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결국 이 사고는 인재로 결론 날 가능성이 커졌다. 경찰은 가스가 누출된 보일러를 국과수로 보내 정밀감식과 몇 차례 연소시험을 더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의 중간 수사 브리핑에도 보일러 배관과 연통이 어떤 이유에서, 언제부터 어긋났는지 등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아있다. 또 최초 시공과정에서 부실의혹 가능성과 업주가 보일러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는지도 경찰이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김 서장은 “펜션 업주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시공에서 관리에 이르는 모든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며 “사고를 당한 학생들 이전에 펜션에 묵었던 투숙객을 수소문해 과거 상황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펜션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파악된 사고 학생들의 행적도 확인했다. 대성고 학생 10명은 지난 17일 오후 3시42분 해당 펜션에 들어왔고, 외출했다 돌아온 뒤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은 오후 9시5분 이후 숙소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를 통해 가스가 누출된 시점을 밝혀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해당 펜션에는 유독가스 누출을 알려줄 경보기가 달려 있지 않았다. 농어촌민박으로 분류돼 소화기와 화재 감지장치만 설치하면 영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농가소득 증대를 이유로 유독가스 경보기를 의무화하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섣부른 규제완화가 참사를 부른 꼴이다. 온라인 공간에선 “불과 1만~2만원인 가스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했다면 화를 부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쏟아지고 있다.

사고 펜션은 지난 7월에 농어촌민박으로 지정돼 상반기 정기점검은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사이 강릉시의 조직개편으로 농어촌 민박 점검 업무가 농정부서에서 보건소로 바뀌면서 올해에는 점검 계획이 없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가스 시설은 화재와 누출로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정부나 지자체, 공기업 차원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한 분야”라며 “지금이라도 정밀한 점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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