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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근로자 위해 목공치유 상담… 사회 재진출 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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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근로자 위해 목공치유 상담… 사회 재진출 도와요”

입력
2018.12.24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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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유경 ‘희망 찾는 마을목공소’ 대표 

 병원 사회복지사로 10여년 근무 

 목공 재활에 관심 생겨 4년 전 설립 


[저작권 한국일보]박유경 희망 찾는 목공소 대표가 목공소에서 공간 소개와 마을기업 설립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박유경 희망 찾는 목공소 대표가 목공소에서 공간 소개와 마을기업 설립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구미가 고향이어서 그런지, 김용균씨 죽음이 더 슬프네요.”

남의 일 갖지 않다고 했다. 지리적인 측면에서 동질감을 찾았지만 산업 현장의 사고란 점에서 슬픔은 더해졌다. 산업재해 근로자들의 사회 재진출을 돕고 있는 입장에서 바라본 도의적인 책임감으로 보였다. 21일 경북 구미시 송동로에서 만난 박유경(41·여) ‘희망 찾는 마을목공소’ 협동조합 대표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업재해로 아깝게 숨진 김용균씨를 이렇게 애도했다. 박 대표는 특히 ”산재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등 주변 관계에도 많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희망 찾는 마을목공소’는 2014년 산재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설립된 국내 첫 마을기업이다. 현재 10명의 산재근로자 조합원들과 함께 인테리어나 친환경 원목가구 주문 제작 및 맞춤형 목공예 강습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산재근로자들의 사회적응과 심리재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주로 학교와 관공서, 사회복지시설 등에 들어가는 가구를 주문 제작하고 있어요.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목공예 수업도 하면서 마을기업의 특성도 한껏 살리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목공소의 사업 부문과 사회적 역할을 이렇게 소개했다.

소규모로 운영 중이지만 가구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이 목공소의 작품에 평가는 입소문을 타면서 한 해 기관 주문만 20건에 달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개인 주문도 늘고 있다.

설립 목적에 맞게 이 목공소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간 산재근로자들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 목공치유상담을 통해 재취업한 사람도 40여 명에 이른다. 산업재해로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부부 갈등에 빠졌던 한 50대 남성의 경우, 이 곳에서 목공치유상담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의 가족화합프로그램을 다녀오면서 위기도 극복했다. 최근 공장에서 다리를 다친 이후 삶의 목표를 잃고 좌절했던 한 20대 청년은 이 곳에서 상담을 받고 재취업에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있다. 이렇게 이 목공소를 다녀간 산재근로자는 현재까지 100명을 넘어섰다.

“대다수의 산재근로자들은 치료 후 스트레스나 우울증에 빠지기 때문에 전문상담을 통해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최근 산재를 입은 청년들의 상담이 부쩍 많아졌지만 긍정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고 있어요.” 박 대표는 목공소에서 제2의 인생 설계에 들어간 산재근로자들에게서 보람을 찾는다고 했다.

산재근로자들에게 관심을 나타낸 박 대표의 목공소 설립은 사실, 우연하게 떠올랐다. 목공소를 운영하기 전 구미에서 10여년 간 병원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도중 만난 산재근로자들이 동기부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 일용직근로자와 공장 산재근로자들이 치료 후 몸이 좋아져도 심리적으로 불안정한데다 재취업과 복직마저 힘든 현실이 눈에 밟혔어요. 목공을 통한 재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계기였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궤도 수정을 시도한 만큼, 어려움도 뒤따랐다. 무엇보다 수익 창출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회복지사에서 이윤까지 고민해야 한 마을기업 운영 대표로의 변신이 쉽지 않았다. 당장, 마을기업에 대한 홍보가 필요했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목공예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주변에 마을기업을 알리기 위해서였어요. 생각하긴 좀 어렵지만 어린 아이들이 드릴이나 망치 등 평소 만져보기 힘든 공구로 의자나 책상을 만들다 보면 집중력도 높아지면서 즐거워하거든요.” 박 대표의 의도는 적중했고 이어지는 호평 속에 목공소의 인지도도 높아졌다.

박 대표는 청사진도 내놨다. “사회복지사는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는 말을 품고 살아요. 사회복지의 연장선에서 마을기업을 통해 산재근로자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소통해 나갈 겁니다.”

희망 찾는 마을목공소 조합원들이 공방에서 친환경원목가구 제작에 열중하고 있다. 희망찾는목공소 제공
희망 찾는 마을목공소 조합원들이 공방에서 친환경원목가구 제작에 열중하고 있다. 희망찾는목공소 제공

구미=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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