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오늘 속의 어제] 미국 “2차대전 중 일본계 강제이주 정당”… 무슬림ㆍ카라반에 이어지다

알림

[오늘 속의 어제] 미국 “2차대전 중 일본계 강제이주 정당”… 무슬림ㆍ카라반에 이어지다

입력
2018.12.17 01:00
수정
2018.12.17 01:05
18면
0 0

1944년 12월 18일 연방대법원, 일본계 강제이주 인정 판결

“나는 미국인이다” 1942년 3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일본계 거주자가 운영하는 한 상점에 스스로 미국 시민임을 주장하는 문구가 쓰여 있다. 미국의회도서관 자료사진
“나는 미국인이다” 1942년 3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일본계 거주자가 운영하는 한 상점에 스스로 미국 시민임을 주장하는 문구가 쓰여 있다. 미국의회도서관 자료사진

1941년 일본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했을 때 미국 서부 해안에는 12만명에 이르는 일본인과 일본계 미국인이 살고 있었다. 1942년부터 1946년까지 4년간, 이들은 미국 정부의 명령으로 내륙의 척박한 땅에 위치한 임시 ‘재배치(relocation) 센터’로 ‘소개(evacuate)’됐다. 실상은 일본계 거주자들이 일본의 침공에 동조할 것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이들을 ‘집단 수용소(incarceration camp)’로 ‘강제 이주’시킨 것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일본인과 일본계 미국인에게 일본은 더는 조국이 아니었다. 이들은 정부 명령에 순응해 미국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려 했다. 하지만 일본계 미국인 프레드 코리마츠는 강제 이주에 저항했다. 미 해군에서 군무원으로 일하다가 진주만 공습을 계기로 직장을 잃고 감옥에까지 간 그는 ‘자신의 충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고, 연방대법원은 1944년 12월 18일 6대 3으로 ‘긴급한 위험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계 거주자를 소개하는 조치는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프랭크 머피 당시 대법관은 소수 의견을 통해 이 판결을 ‘인종주의의 합법화’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 사회에서 이는 말 그대로 소수 의견에 불과했다. 이미 이전부터 동아시아인은 미국에서 ‘믿을 수 없는 인종’이었다. 1918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일본인의 어선 소유가 금지됐고, 1924년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계의 미국 국적 취득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됐다. 진주만 공습은 미국 서부 해안에 확산된 공포에 불을 지폈다. 정부와 군은 진주만 공습과 태평양에서의 초기 패전의 원인을 확인된 바 없는 ‘일본인 동조자’의 책임으로 덮어씌웠고, 그 결과 강제 수용소가 만들어졌다.

미 연방대법원은 소송 당사자인 코리마츠가 사망한 지 13년째인 올해 6월에야 이 판결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이뤄졌다. 과거 미국 정부가 자국민을 강제이주시킨 건 불법이지만, 행정명령으로 외국인 입국을 금지시키는 건 타당하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였다. 74년 전 미국에 퍼져 있던 ‘잠재적 첩자’ 일본계에 대한 공포는 사라졌지만 트럼프 정부의 집권을 이끌어낸 ‘잠재적 극단주의자’인 무슬림과 ‘잠재적 범죄자’인 중남미 출신 이민자를 향한 공포로 전이돼 고스란히 되살아 나고 있다.

수용소의 여건도 예나 지금이나 열악한 것은 마찬가지다. 4년간 일본계 수용소에서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해 약 2,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도 민영 이민자 수용소가 수용자 강제노역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7일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붙잡혀 있다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과테말라 출신 7세 소녀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