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촛불정부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하강국면이 여기저기서 문재인 정부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경제상황은 개선될 희망이 보이지 않고 강점이던 대북이슈는 동력이 잦아든 가운데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눈과 귀가 화려한 한반도평화 담론에서 차츰 벗어나 내 주변 현실로 옮겨가는 중이다. 이런 대중의 허한 마음이 대통령 지지율로 표출된다. 두 달 넘게 하락세를 이어가 정권출범 후 최저치인 40%대로 진입했다.

내각책임제를 운용하는 일본에선 우리보다 훨씬 지지율에 민감하다. 총리 지지도 30%선이 붕괴하면 스스로 사퇴할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 그런 총리 간판으론 차기 총선에 패배해 정권을 내준다는 이유로 여당의원들부터 총리사퇴를 요구하고 나선다. 2년 전, 광화문 촛불시위를 지켜본 일본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왜 사퇴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지지율이 한자리 수였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근무 중이던 필자에게 요미우리(讀賣)신문 기자들은 한국 대통령제를 놓고 집요한 질문을 쏟아냈다. 전인권의 ‘걱정말아요’가 울려퍼지는 광화문 영상을 보여주자 “한국인들은 대통령 몰아내는 시위를 축제처럼 즐긴다”며 신기해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지지도와 상관없이 임기가 보장된 한국 대통령도 20%대로 추락하면 레임덕이 확실해진다. 우리 정치문화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면 아이들도 대통령을 무시한다. 시중여론의 풍향계인 택시기사님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고 온갖 악담이 죄다 대통령 탓이다. YS 말기나 노무현 대통령 때 익히 경험했다. 지난 대선에서 41%를 득표한 문 대통령이 30%대로 떨어질 경우 위기징후가 현실로 닥칠 수 있다.

잘나갈 때 현직 대통령은 총리 기용만으로 단숨에 대선주자를 키울 수도 있다. 참여정부 때 한명숙 첫 여성총리가 그랬고, 관상이 좋다던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은 끝내 총리지명이 좌초돼 대권반열에서 힘을 잃었다. 대통령이 차기주자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사례는 이낙연 총리가 대표적일 것이다. 대선을 3년 정도 남겨둔 현재로선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도 있지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지지율 성적에 따라 여당과 냉혹한 관계로 돌변한다. 집권 초 높은 지지를 받던 제왕적 대통령이 국민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몰락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은 임기 말 여당의 탈당요구를 수용해야 했고, 노무현은 집권당이 해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명박의 경우도 당권이 친박으로 넘어가면서 19대 총선 과정에서 힘도 쓰지 못했다.

그렇다면 레임덕을 앞당기는 요인은 무엇일까. 대선공약이나 국정과제를 실천할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데 대한 실망과 지지철회를 우선 들 수 있다. 둘째로 집권층 내부의 암투와 갈등이다. 부정부패와 공직기강 해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거취를 놓고 편을 갈라 지지층 내부에서 힘을 빼는 과정이다. 공직부패를 잡아내야 할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사적인 목적으로 경찰 수사내용을 들추고 경호처 직원이 시민을 폭행하는가 하면 의전비서관은 호기롭게 음주운전을 한다. 그러나 특감반 문제에 지휘관리 책임이 분명한 조국 민정수석은 건재하고 있다. 만약 이 일이 과거 정부 때 있었다면 야당인 민주당이 어떻게 대응했을까.

‘할말을 하는 강한 여당’을 자처한 이해찬 대표는 이럴 때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이해찬호를 만든 오래된 민주당원들의 마음일지 모른다. 건강하고 긴장된 당청 관계야말로 레임덕을 무력화할 무기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지지율에 사활을 걸어야 할 공동운명체인 탓이다. 여당 의원들은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갈구하고 있다”고 사석에서 토로한다. 민주개혁세력이 자정기능을 발휘해 진영 전체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켜야 할 타이밍이다.

박석원 정치부 차장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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