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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못 속여! 클래식계 형제자매들 잘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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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못 속여! 클래식계 형제자매들 잘나가네

입력
2018.12.11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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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연주자들 내한공연 잇따라 

14, 15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는 클라리네티스트 안드레아스 오텐자머는 두 형제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에서 각각 수석을 맡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14, 15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는 클라리네티스트 안드레아스 오텐자머는 두 형제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에서 각각 수석을 맡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독일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베를린필)의 수석 클라리네티스트인 안드레아스 오텐자머(29)는 22세 때 이 악단의 수석으로 임명됐다. 천부적인 재능에다 수려한 외모까지 갖춘 오텐자머는 오케스트라계의 슈퍼스타다. 4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10세 때는 첼로를 배웠고 그 후에 만난 악기가 클라리넷이었다. 그의 음악적 재능에는 ‘가족력’이 있다. 첼로를 전공한 어머니와 오스트리아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의 수석연주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접했다. 안드레아스의 형 다니엘(32)도 빈필의 수석 클라리네티스트다. 형제가 세계 최고로 꼽히는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을 이끌고 있다. 오텐자머 형제는 아버지 에른스트(1955~2017)와 함께 클라리넷 트리오 더 클라리노츠를 결성해 물보다 진한 가족의 음악을 선사했다.

음악가의 재능은 타고난 것이라고 하지만, 환경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부모로부터 재능을 물려받음과 동시에 함께 음악을 연주할 형제자매까지 있다면 성장세는 더욱 가파를 것이다. 잇달아 한국을 찾는 클래식계 가족 연주자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에른스트 오텐자머(왼쪽) 다니엘, 안드레아스 3부자.
에른스트 오텐자머(왼쪽) 다니엘, 안드레아스 3부자.

오텐자머 형제는 각각 다른 일정으로 내한한다. 안드레아스는 14,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무대에 선다. 카를 슈타미츠의 클라리넷 협주곡 7번을 통해 클라리넷 음색으로 즐거움을 전달할 예정이다. 다니엘은 19일 자신이 속한 실내악단인 필하모닉스와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공연한다. 필하모닉스는 베를린필과 빈필 단원들이 주축이 돼 꾸린 7인조 실내악단으로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 라틴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인다. 두 사람은 자신의 음악 활동에 가족이 도움이 됐음을 자랑스러워한다. 안드레아스는 서울시향과 한 인터뷰를 통해 “집 안에서는 언제나 음악이 흘러나왔고, 아버지와 형이 쉴새 없이 연주한 클라리넷은 가장 눈에 잘 띄는 악기였다”고 말했다. 다니엘은 농담을 섞어 스스로를 “빈 클라리넷 왕조의 자손”이라고 표현한다.

한국인 자매 연주자인 바이올리니스트 홍수진(가운데), 첼리스트 홍수경이 1999년 결성한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 제공
한국인 자매 연주자인 바이올리니스트 홍수진(가운데), 첼리스트 홍수경이 1999년 결성한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 제공

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는 덴마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자매의 연주회가 열린다. 창단 20주년을 맞는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은 덴마크 국립오케스트라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홍수진, 같은 교향악단의 수석인 첼리스트 홍수경이 1999년 결성한 트리오다. 홍수진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옌스 엘베케어가 함께해 가족의 호흡을 톡톡히 자랑한다. 독일 뮌헨 ARD콩쿠르 우승을 비롯해 북유럽의 실내악을 대표하는 트리오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하이든과 스메타나, 베토벤의 곡을 들려준다.

가족 트리오는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첼리스트 정명화(74)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0),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정명훈(65) 남매의 정트리오가 대표적이다. 해외에는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들 샤샤와 함께 실내악을 연주하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0)가 있다. 클라리넷 여제라 불리는 자비네 마이어(59)도 자신의 오빠인 볼프강, 남편 라이너 벨러와 클라리넷 트리오인 트리오 디 클라로테를 결성했다.

예르비 가족이 만든 에스토니아의 대표 축제인 페르누 음악제에서 지휘자 파보 예르비(왼쪽)과 아버지 네메 예르비의 모습. 페르누 음악제 홈페이지
예르비 가족이 만든 에스토니아의 대표 축제인 페르누 음악제에서 지휘자 파보 예르비(왼쪽)과 아버지 네메 예르비의 모습. 페르누 음악제 홈페이지

19일 자신이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내한하는 지휘자 파보 예르비(56) 가문은 지휘자 산실이다. 아버지 네메 예르비(81)는 올해 그라모폰어워드 공로상을 수상한 에스토니아의 국민 지휘자다. 파보의 남동생인 크리스티안(46)은 중부독일방송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는 한 악단에서 형제가 지휘와 악장을 맡고 있다. 정나라 부지휘자, 정하나 악장은 "음악을 전공하는 형제가 있어 음악가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공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는 한 악단에서 형제가 지휘와 악장을 맡고 있다. 정나라 부지휘자, 정하나 악장은 "음악을 전공하는 형제가 있어 음악가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공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정나라(38) 부지휘자와 정하나(37) 악장은 형제다. 형제가 한 악단에서 지휘와 악장을 맡고 있는 경우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드문 사례다. 음악을 하는 형제가 있어 가장 좋은 점으로 두 사람은 연습을 꼽았다. 정나라 부지휘자는 “동생이 연습하는 거의 모든 협주곡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았는데 협주곡 레퍼토리 파악은 물론이고 연주자와 서로 소통하는 법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하나 악장도 “형이 음악적으로 뭘 의도하는지 금방 알 수 있어서 함께 연주하기가 정말 편하다”며 “궁금하거나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언제라도 스스럼없이 상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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