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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수몰마을 주민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 정체성을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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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수몰마을 주민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 정체성을 지키겠습니다”

입력
2018.12.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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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상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이사장 15일까지 안동시 와룡면행정복지센터 2층서 수몰마을 사진전

유경상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이사장이 12일 수몰마을 생활사 아카이브 사진전에서 도곡리 마을인지지도를 설명하고 있다.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제공.
유경상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이사장이 12일 수몰마을 생활사 아카이브 사진전에서 도곡리 마을인지지도를 설명하고 있다.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제공.

“기록물에서 생활사를 찾고, 지역 정체성도 회복할 수 있습니다.”

15일까지 경북 안동시 와룡면 와룡면행정복지센터 2층에서는 안동댐 건설로 사라진 도목리 미질리 등 9개 마을의 수몰 전 모습과 주민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진 200점과 마을 인지지도 14점을 선보이는 ‘안동댐 수몰마을 생활사 아카이브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를 개최한 유경상(52‧사진)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이사장은 12일 “수몰 후 단순히 집과 논밭뿐만 아니라 500년간 마을을 지켜온 공동체와 문화가 사라진 것”이라며 “공문서 등은 법제화해 있어 보존되지만 주민들의 삶이 묻어있는 기록물이야말로 지역 역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이 안동댐 건설로 사라진 6개면 2개동 일대 54개 마을의 생활사를 담기 시작한 건 2년전인 2016년 경북기록문화연구원을 설립하면서부터다. 정치 행정보다 주민들의 생활사를 지역사의 주체로 만들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가 자랑하는 게 400~500년전 기록이지만 당장 10, 20년 뒤라도 교훈으로 삼을만한 새로운 역사는 있느냐’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무작정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해 7월부터 지금까지 500여 명을 만나 성적표와 편지, 토지대장 등 민간기록물 1만여 점을 모았다.

1976년 안동댐이 준공된 후 이곳을 빠져나간 주민은 2만9,699명, 수몰면적은 논밭과 임야 등을 포함해 6만1,935㎢에 달했다. 당시 안동의 인구가 17만2,000여 명이었으니 엄청난 규모였다. 유 이사장은 지역의 대학교수 등을 중심으로 연구용역을 실시해 △사진전 개최와 도록 제작 △기록집 출간 △마을인지지도 제작 △마을 인물 기록영상 촬영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지난 3월부터 안동댐 수몰민을 찾아 안동과 서울 대구 등 전국을 누볐다. “수몰마을 복원사업에 사진과 자료를 기부해달라”는 그의 부탁에 반응은 따뜻하지 않았다. 수몰민 한 명을 만나려고 서너번씩 찾은 것도 다반사였다.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와서 가족사진을 달라고 하더라”는 소문이 일대에 퍼지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가 경계의 빚장을 풀었다. 그제야 자료를 주겠다는 수몰민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5개월간 120명을 만나 80명을 인터뷰했고 사진, 일기, 메모, 차표 등 기록물 1,200여 점을 제공받았다. 하지만 대부분 80대 이상 고령인 탓에 주민들의 기억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끊임없는 대조와 사료를 토대로 인지 지도도 만들었다.

유 이사장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전을 알리는 메시지를 올렸다. 전화가 빗발쳤다. ‘고향을 기억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꼭 보겠다’, ‘우리마을은 언제 복원해주나’ 등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그는 “경북도내 23개 시군을 대상으로 주민들의 생활사 복원에 집중할 것”이라며 “생활사가 지역정체성을 재발견하는 훌륭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이 기록물에 눈을 뜬 것은 2005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으로 특채되면서다. 그가 맡았던 사건은 684부대(실미도), 10‧26 불교법난 등에 대한 조사였다. 당시 온갖 공문서를 뒤져 기록물을 찾아내 복사와 정리를 반복했다. 684부대를 창설한 이유 등이 적혀있는 문서 하나를 찾으려고 온종일 국회도서관에서 수 많은 필름을 돌려보기도 했다. 최종 결과 보고 후 ‘공문서는 국가에서 보관하고 있지만 개인 기록물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하는 생각에 경북기록문화연구원에 착안하게 됐다.

유 이사장은 “자료를 수집하고 스토리를 찾아 디지털 작업을 거친 후 안동에 근현대생활사기록관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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