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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화문광장 명소 만들기

입력
2018.12.06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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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 여행지에 가보면 도시를 대표하는 공원, 녹지, 광장과 거리를 만날 수 있다. 런던 하이드파크, 뉴욕 센트럴파크, 세비야 에스파냐광장, 파리 라데팡스…

이 중 광장만 보더라도 편리한 대중교통으로 우수한 접근성을 갖추고 도시민의 다양한 옥외 활동이 펼쳐지는 장소가 된다. 광장에는 기념비, 동상, 분수와 조형물이 있다. 사람들은 점심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며 볼거리를 즐긴다. 잔디에 눕거나 벤치에서 휴식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때로는 음악, 춤 공연, 각종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현대 도시에선 전문적인 용어로 도시를 대표하는 광장을 스퀘어(square)라고 부른다. 여타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모습, 대개 정형적인 형상의 플라자(plaza)와 구분하여 사용되는 단어다. 예로부터 도시공간 형태의 하나인 스퀘어는 마을, 타운이나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다양한 옥외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이곳에서 물건 판매, 식사, 산책, 휴식, 새 모이 주기, 공개 연설, 야외 법정, 가두 행진, 아트 쇼, 전시, 레크리에이션 활동이 만족되었다. 스퀘어는 녹지 조성이 되거나 바닥 면이 포장되거나 즉, 자연적이거나(softscape) 인공적인(hardspace) 공간 형태를 띨 수 있다. 그런데 명소가 된 매력 있는 스퀘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보행 친화적인 장소라는 것이다.

눈을 돌려 우리의 광장을 보자. 서울 중심부에 있는 광화문광장이든 서울광장이든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주로 시위의 장소가 된지는 오래다. 주말이면 집회로 인해 교통이 정체되어 도로가 막히고 접근이 어려워 보행이 불편한 광장 및 거리가 된다. 집회나 시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도시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시위 행태와 공공 공간의 활용은 자제되어야 한다. 광장은 시민을 위한 공간이다. 일부가 차지하고 차량 정체, 교통 소통 방해, 집회 소음으로 불편을 줘서는 안 된다.

때마침 광화문광장을 경복궁을 온전하게 복원하고 국민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국제설계공모를 개최하기로 했다. 도시, 건축, 조경, 도로, 교통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 추후 시민들이 함께하여 대한민국 대표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에게는 예전의 왕이 누렸고 오늘의 왕인 우리가 누리는 역사 문화 환경, 민주 시민으로서 자유와 책임을 다하는 열린 공공 장소, 자연과 인공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친환경적 힐링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 땅, 내 집, 내 소유만을 중시하는 자기 의식을 벗어나 익명의 공공 공간(public space)을 함께 공유한다는 우리 의식이 절실하다.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옥외의 열린 공간(outdoor open space) 의식도 요구된다. 또한 현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공간을 만들어 오늘날의 새로운 전통 작품을 구현해야 한다. 옥외 공간인 광장 조성 과정에서 편향성을 가진 비전문가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부정적 영향이 아니라 선험적 지식과 보편화된 독창성을 갖춘 전문가의 긍정적 영향이 강해야 함도 잊어서는 안 된다.

얼마 전에 있었던 정부세종청사 설계공모 당선작과 연관된 불미스러운 논란이 국제설계공모에서 재현돼서는 안 되겠다. 공무원과 민원인이 주로 사용하는 청사와는 달리 광화문광장은 일반 시민, 방문객, 관광객이 활용하는 장소로서 공간 성격이나 이용자 수에 있어서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이웃과 함께하는 더불어의 열린 공간 조성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보자. 적게 가진 자(low status)나 많이 가진 자(high status)에게 차별 없이 유익이 되는 옥외 공간을 만들어 보자. 서울하면 떠오르는 매력적인 광장 명소를 만들어 사랑하는 자녀에게 물려주자. 이제는 우리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광장 명소를 가질 때가 되었다.

김신원 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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