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나경원(왼쪽)ㆍ김학용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의원 5명 중 김학용(3선)ㆍ나경원(4선) 의원이 서로 유난히 날을 바짝 세운다. 두 사람의 표 대결이 이번 경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왜 일까.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한 때 동지였으나 결국 등 돌린 인연 때문이다. 두 의원은 3일에도 각각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주인공 정치만 했다”, “나는 인지도 높이려고 자기 정치 할 이유가 없다”며 맞붙었다.

◇탄핵 찬성파였지만 김학용은 ‘탈당’-나경원은 ‘잔류’
2016년 ‘탄핵정국’ 때 탈당파의 대표 격으로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던 나경원(왼쪽) 자유한국당 의원. 12월 14일 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시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회의 뒤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였던 김세연 의원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두 의원의 앙금은 2년 전 비롯됐다.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시절 이들은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만든 ‘비상시국위원회’ 멤버였다. 김학용 의원은 당시 유승민 의원(현 바른미래당)과 함께 비박계의 구심이던 김무성 의원의 최측근으로 참여했고, 대중성이 높은 나경원 의원은 ‘비상시국위의 얼굴’ 격이었다. 심지어 비상시국위 후보로 당시 원내대표 경선에도 출마했다.

그러나 이후 탈당의 기로에서 나 의원이 잔류를 택하면서 갈라졌다. 비상시국위 의원들이 주도하는 ‘개혁보수신당’(바른정당)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나 의원은 당시 신당의 정강ㆍ정책을 유승민 의원이 독단적으로 주도한다는 이유를 들어 탈당을 보류했고 결국 새누리당에 남았다. 이 사태로 보수신당은 출발부터 삐걱거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탈당파 사이에서 나 의원을 향한 거친 비난이 쏟아진 건 당연하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김학용 의원을 포함한 비박계 의원들은 아직까지 나 의원에게 감정이 좋지 않다고 알려졌다.

나 의원이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평생 감옥에 가실 정도의 잘못을 하셨느냐”고 주장한 것도 과거 자신의 ‘탄핵 찬성’ 행보를 희석 시켜 ‘친박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탄핵 국면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한 이 국정농단 사건에 우리는 방조자가 됐다”며 “반성하고 또 반성해 발전적 해체를 통한 재창당으로 가야 한다”고 ‘공동책임론’을 주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감정 섞인 설전 “주인공 정치 해”-“나는 자기정치 안해”
2016년 12월 21일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비박계 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탈당 기자회견. 앞줄 왼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유승민ㆍ김무성ㆍ권성동ㆍ황영철ㆍ김학용 의원. 이 중 유 의원을 제외한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에 복당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날 두 의원은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서로 상대를 겨냥했다. 김학용 의원은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나 의원을 향해 “원내대표가 돼서도 내가 주인공이 아닌 한국당 의원 모두를 주인공, 스타전사로 만드는 조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 “야당 중에서 그나마 공조할 수 있는 정당은 바른미래당 밖에 없다”며 원내대표 경선 이후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복당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 의원 역시 김 의원의 ‘주인공 정치’ 주장에, “제가 지닌 대중성이 당의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뿐더러 저는 인지도 올리려고 자기 정치할 이유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인지도가 낮은 김 의원의 약점을 꼬집은 것이다. 나 의원은 “제가 오히려 다른 의원님들을 모두 빛나게 해 드릴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저는 중도 개혁 후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의원 모두 ‘보수대통합’을 두고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까지 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태극기부대 같은) 애국심 있는 국민들이 당연히 포함이 돼야 한다”, 나 의원은 “(한국당이) 반문연대의 틀이 될 수 있고, ‘조원진부터 안철수까지’ 다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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