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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였던 고갱과 고흐, 왜 그렇게 싸웠을까?$ 유명인 15쌍의 역사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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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였던 고갱과 고흐, 왜 그렇게 싸웠을까?$ 유명인 15쌍의 역사적 만남

입력
2018.11.30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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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의 역사 

 헬게 헤세 지음ㆍ마성일, 육혜원 옮김 

 북캠퍼스 펴냄ㆍ396쪽ㆍ1만6,500원 

“이런 제기랄, 온통 노랑이야!”

폴 고갱(1848~1903)이 고함을 쳤다. 한때 친구이자 동거인이었던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그림을 보고서다. 고흐는 태양의 강렬한 색과 하늘의 푸른색 등 자연의 색감을 좋아했다. 태양이 작렬하듯 노랗게 이글거리는 해바라기 그림은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고갱은 화폭 여기저기에 노란색을 칠하는 고흐가 못마땅했다. 고흐가 좋아하는 화가나 그림은 고갱에게 경멸의 대상이었다. 둘은 늘 싸웠다. 싸우지 않으면 침묵하거나 각자의 작업으로 도피했다. 같이 산 지 두 달이 된 어느 날, 고흐는 미술상이었던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쓴다. “내 생각에 고갱은 이 좋은 도시 아를도, 우리가 작업하는 노란 집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싫증이 난 것 같아”라고. 두 사람은 왜 그렇게 싸웠던 것일까. 무엇이 그 둘을 갈라놓았을까. 말년을 타히티에서 보낸 고갱은 먼저 세상을 떠난 고흐를 추억한다. 자신의 오두막 앞에 그 싫다던 노란색, 해바라기를 심으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 두 사람이 만약 만나지 않았다면, 미술사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은 고흐와 고갱의 출신과 배경, 그리고 개인사를 흥미롭게 담아내며 그 시대를 복기한다. 시대의 라이벌이자 친구, 연인, 혹은 소울 메이트로 연결되는 이들은 고흐와 고갱 말고도 꽤 있다. 책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데이비드 흄과 애덤 스미스, 앨버트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 윈스턴 처칠과 찰리 채플린, 아서 밀러와 매릴린 먼로, 존 레넌과 오노 요코, 넬슨 만델라와 프레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총 15쌍의 역사적인 만남을 집중 조명했다.

생소한 인연도 담겼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만남이다. 저자에 따르면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둘의 역사적인 만남은 “1502년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책은 다빈치가 이 시기에 이탈리아의 전제군주로 유명한 체사레 보르자 밑에서 원정에 사용될 지도와 우르비노, 체세나, 이몰라 등의 도시 계획을 맡았다고 소개한다. 보르자가 다빈치에게 준 공인 증서는 지금도 남아있다. 마침 이때 피렌체의 최고행정기관인 시뇨리아의 제2 서기장으로 일한 마키아벨리가 보르자를 만나 외교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둘은 그 이듬해 피렌체에서 아르노강의 수로 변경 사업을 계획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책은 “마키아벨리가 다빈치에게 일을 제안했을 수도 있다”고 확신한다. 다빈치가 시의회를 위해 피렌체 지도를 제작했고 요새 시설과 무기 제작을 기획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서다. 다만, 르네상스 시대라 불리는 시대의 전환기를 살았던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가 알 수 없어 아쉽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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