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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줄이면서 해외선 팔아야... 문 대통령, 원전 세일즈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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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줄이면서 해외선 팔아야... 문 대통령, 원전 세일즈 딜레마

입력
2018.11.30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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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 원전 세일즈에 ‘로키’ 일관… 국내 탈원전 추진 부담 의구심 

문재인 대통령과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힐튼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프라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힐튼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프라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체코 방문 기간 안드레이 바비쉬 총리를 만나 원전 건설 수주전을 펼친 것과 관련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탈원전과 무관하게 원전기술력과 원전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ㆍ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보수야당에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해외에 원전을 판매하는 상황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원전 세일즈에 나서지 못한 채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이런 딜레마적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프라하에서 열린 회담에서 “체코 정부가 향후 원전건설을 추진하기로 결정할 경우 우수한 기술력과 운영ㆍ관리 경험을 보유한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또 “한국은 현재 24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며 “(UAE) 바라카 원전의 경우도 사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비용추가 없이 공기를 완벽하게 맞췄다”고 설득했다.

체코는 두코바니, 테멜린 지역에 각각 1,000㎿급 원전 1~2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는 21조원에 이르며 국제 입찰은 내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ㆍ대우건설ㆍ두산중공업 등이 수주전에 뛰어 들어 원전 강국인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과 경쟁할 전망이다. 앞서 체코 원전 6기를 모두 따낸 러시아가 가장 앞서 있지만, 러시아의 원전 독점 및 종속 상황을 우려해 새로운 파트너를 찾자는 여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이번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순방 기간 중간 경유지로 체코를 선정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막상 체코 방문을 결정하고도 청와대가 원전 수주전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로키(low-key) 기조로 가자 뒷말이 무성하다. 국내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해외에서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동네에 냉면 한 그릇을 팔아도 지켜야 할 상도의가 있는 판에, 나 같으면 안 먹을 텐데 너나 먹으라는 식으로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물론 프랑스와 미국도 자국 내에 신규 원전을 짓지 않거나 원전 비중을 축소하면서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고 있는 만큼 야당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청와대는 아직은 수주전이 본격화하기 전이라 미리 앞서나가 경쟁국의 견제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공식 입찰을 시작한 것은 아니어서 ‘로키’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체코 원전 사업자 선정은 2020년쯤에야 판가름 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일각에선 정부가 체코 방문 일정을 급하게 잡다 보니 의전 상 혼선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에서는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 기간 밀로시 제만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부재했다는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양국의 중요 현안인 원전 세일즈는 회담 의제가 아니라고 하고, 대통령이 관광지로 유명한 비투스 성당을 찾아가고, 현지 기업인과의 만남을 취소하는 등 비정상적인 일들이 일어났다”며 “외교 역사상 해당 방문국 정상이 부재중인데 정상외교 목적으로 방문한 사례가 있느냐”고 추궁했다.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은 “체코 대통령이 참석 못한 것은 해외 일정 때문이라며 깊은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안다”고 사과했다.

한편 현지 브리핑 시간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우리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쓰는 것과 원전 수출은 별개의 이야기”라고 밝히는 과정에서 정부 기조를 ‘탈원전 정책’이라고 부를지를 놓고 설전도 벌어졌다. 고위 관계자는 ‘탈원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를 묻자 “탈원전은 저희가 지금 현재 할 수도 없고, 단기간에 이뤄질 수도 없는 것이고, 그래서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는 표현으로 꼭 좀 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프라하=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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