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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닷ㆍ도끼ㆍ비까지… 연예계 ‘빚투’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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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닷ㆍ도끼ㆍ비까지… 연예계 ‘빚투’ 폭로

입력
2018.11.27 18:12
수정
2018.11.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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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채무 불이행 의혹에 휘말린 가수 비.
부모 채무 불이행 의혹에 휘말린 가수 비.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ㆍ25)부터 도끼(본명 이준경ㆍ28) 그리고 비(본명 정지훈ㆍ36)까지. 유명 연예인의 부모가 돈을 갚지 않았다는 폭로가 온라인에 쏟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마이크로닷을 시작으로 1주일 사이 세 유명 가수를 둘러싸고 잇따라 ‘부모 사기 의혹’이 제기돼 단발로 끝 날줄 알았던 관련 잡음이 계속되는 분위기다. 파장이 커지자 유명 연예인 가족의 비위 의혹을 제기하는 움직임을 두고 온라인엔 ‘빚투’(#빚tooㆍ나도 떼였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2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비의 부모가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 ‘1988년 떡 가게를 운영하던 비의 부모가 쌀가게를 운영하던 부모한테서 쌀 1,700만원어치, 현금 8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고, 비에게 편지도 쓰고 연락을 취하려고 노력했지만 감감무소식’이란 내용이었다.

비의 소속사 레인컴퍼니는 27일 “상대측이 주장하는 내용은 고인이 되신 어머니와 관련된 내용”이라며 “정확한 사실 여부를 파악하고 있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 다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비의 아버지는 이날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한 이들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피해 사실 확인 및 보상 여부에 대해 양 측에 뜻을 모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래퍼 도끼는 26일 부모 채무 변제 의혹이 불거진 뒤 감정적 대응으로 비판을 받다 하루 뒤에 "아들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유감 표명을 했다. 도끼 사회관계망서비스
래퍼 도끼는 26일 부모 채무 변제 의혹이 불거진 뒤 감정적 대응으로 비판을 받다 하루 뒤에 "아들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유감 표명을 했다. 도끼 사회관계망서비스

비에 앞서 26일엔 도끼가 어머니의 과거 사기 의혹으로 구설에 휘말렸다. 영남일보에 따르면 도끼의 어머니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 중학교 동창 A씨로부터 약 1,000만원을 빌린 뒤 잠적했다. 도끼 어머니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 싶다는 게 A씨의 주장이었다. 도끼의 어머니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경영난으로 파산해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A씨에게 돈을 빌린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닷은 20년 전 충북 제천에서 목장을 운영한 마이크로닷 부모가 지인들에게 거액을 빌려 뉴질랜드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잡음이 커지자 25일 연예 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일부 의혹은 수사기관에서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만큼 가족 비위 의혹에 휘말린 연예인을 마녀사냥 하듯 몰아붙이는 건 위험하다. 부모 일로 자식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건 ‘연좌제’란 비판도 있다. 연좌제는 범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고 처벌하는 제도로, 1980년대부터 금지됐다.

하지만 가족 비위 의혹에 휘말린 일부 연예인을 상대로 여론이 차가운 데는 그들의 부적절한 대응이 한몫을 했다는 게 지배적인 반응이다. 성의 없는 걸 넘어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의 심정을 고려하지 않은 ‘거친 해명’이 논란을 키웠다.

도끼는 그의 어머니를 상대로 한 채무 불이행 의혹이 불거진 뒤 온라인 생방송에서 “돈 1,000만원, 내 한 달 밥값밖에 안 되는 돈인데 그걸 빌리고 잠적해서 우리 삶이 나아졌겠어요”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엄마는 사기를 친 적 없고 법적 절차를 밟은 것뿐”이라고 피해자의 주장을 반박한 것까진 문제가 없었으나 “돈 필요하시면 제 공연장에 직접 와서 얘기하라. 갚아드리겠다”고 해 ‘역풍’을 맞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7일 ‘힙합가수 도끼 세무조사 요청합니다’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섣부른 해명이 ‘독’이 돼 부메랑처럼 돌아온 것이다.

마이크로닷도 자신의 부모를 향한 사기 의혹에 “해당 글은 사실이 아닌, 허위”라면서 섣불리 법적 대응을 운운했다가 ‘수렁’에 빠졌다. 이후 그의 부모를 향한 유사한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의혹 중 경찰 수사 결과 일부 의혹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서였다.

부모 사기 의혹에 휘말려 연예 활동을 중단한 래퍼 마이크로닷.
부모 사기 의혹에 휘말려 연예 활동을 중단한 래퍼 마이크로닷.

유명 연예인을 상대로 ‘빚투’가 잇따르는 건 이들을 향한 대중의 심리적 반감도 짙게 깔려 있다.비의 부모가 돈을 갚지 않았다고 주장한 이는 마이크로닷과 도끼를 언급하며 “빌린 돈 또는 사기로 번 돈으로 자신들이 떵떵거리면서 TV에서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억울함으로 눈물을 흘리며 평생을 힘겹게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자신은 빌려준 돈을 받지도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데 정작 돈을 갚지 않은 부모를 둔 일부 연예인은 TV에 호화로운 생활을 전시하며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데 대한 ‘괘씸죄’다. 도끼는 해명 후에도 논란이 지속하자 27일 오후 5시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제 밤 피해자 분과 연락이 닿아서 서로 오해했던 부분을 풀었다”며 “아들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안고 피해자 분에게 변제하기로 했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마이크로닷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속앓이를 했던 이들이 자신의 피해 사례를 하나 둘씩 털어놓기 시작한 것 같다”며 “연예인들은 감정적 대응을 피해야 하고, 언론은 ‘빚투’에 대한 검증을 확실히 해 2차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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