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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유엔’ 인터폴 한국인 첫 수장… 김종양 전 경기청장 총재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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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유엔’ 인터폴 한국인 첫 수장… 김종양 전 경기청장 총재 당선

입력
2018.11.21 18:33
수정
2018.11.21 23: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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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87차 인터폴 총회에서 24대 인터폴 수장으로 당선된 김종양 신임 총재. 경찰청 제공
2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87차 인터폴 총회에서 24대 인터폴 수장으로 당선된 김종양 신임 총재. 경찰청 제공

‘경찰의 유엔’이라 불리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수장에 최초로 한국인이 선출됐다.

2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87차 인터폴 총회에서 경기경찰청장을 지낸 김종양(57) 인터폴 선임 부총재가 러시아 출신 알렉산드르 프로코프추크 유럽 부총재를 제치고 24대 총재에 당선됐다. 총회에 참석한 179개 회원국(전체 회원국은 194곳)이 1표씩 행사한 결과로 외교 관례상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는다.

김 신임 총재는 당선 직후 수락연설에서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인터폴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우리의 공동 목표인 ‘안전한 세상’을 위해 함께 가자”는 포부를 밝혔다.

인터폴 총재 임기는 4년이지만 김 총재의 임기는 2020년 11월까지로 2년이다. 한때 실종설에 휘말렸던 중국 출신 멍훙웨이(孟宏偉ㆍ64) 전 총재가 뇌물 수수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된 이후 지난달 중도 사임함에 따라 잔여 임기를 채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폴 규정상 집행위원 내 같은 보직을 연임할 수 없어 잔여 임기를 채우는 것이라 해도 총재직 재도전은 불가능하다. 1923년 인터폴 설립 이후, 24번째 수장이 된 김 총재는 1980년 필리핀 출신 졸리 부가린 총재 당선 이후 가네모토 토시노리(일본ㆍ1996~2000년) 쿠분휘(싱가포르ㆍ2008~2012년), 멍훙웨이(중국ㆍ2016~2018년)에 이어 다섯 번째 아시아 출신 총재가 됐다.

김 총재 당선은 이날 영국 공영방송 BBC가 ‘놀랍게도 한국에 패한 러시아(Russia in surprise loss to South Korea)’라고 보도할 정도로 이례적이다. 그래서 강대국 간 물밑싸움에서 실리를 취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당초 지난달 멍훙웨이 총재가 물러난 뒤, 후임으로 러시아 비밀정보기구(KGB) 요원 출신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프로코프추크 부총재가 유력하게 떠올랐다.

이에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인터폴 장악을 막기 위해 김 총재를 조직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러시아가 글로벌 경찰력을 정적 탄압 등에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미국과 영국 등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수 있는 한국 출신을 낙점하고, 김 총재 공개 지지 선언과 함께 치열한 로비전도 펼쳤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선거 전날인 20일 김 총재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공개 지지의사를 밝혔고, 영국 외교부는 러시아 후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김 총재를 우회 지원했다.

서방 언론들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인터폴 책임자였던 프로코프추크 부총재가 근무 기간 푸틴의 정적을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최고 수배단계인 적색수배령을 남발했다’고 꼬집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중 스파이 독살 사건을 상기시키며 ‘정적 암살을 위해 타국에 암살단까지 파견한 나라의 간부가 글로벌 법 집행기구의 수장을 맡아도 되느냐’고 따지는 사설을 실었다.

AP통신은 “김종양 총재의 당선은 백악관과 유럽 파트너 국가들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물론 김 총재가 쌓아온 실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는 경찰 재직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주재관, 핵안보정상회의 경찰준비단장과 경찰청 외사국장 등을 맡으면서 국제적인 업무능력을 갖췄다. 특히 2012년 인터폴 아시아 집행위원, 2015년 부총재를 역임하며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경남 창원 태생인 김 총재는 1985년 행정고시 합격 후 1992년 경정으로 경찰에 입문, 2015년 경기경찰청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정부 관계자는 “인터폴 사무총국은 각국에서 적색수배 요청을 할 때,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사건은 특히 까다롭게 심사하기 때문에 총재에게 공정성이 요구된다”며 “그런 분위기도 이번 선거에서 김 총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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