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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주한미군과 국방수권법

입력
2018.11.19 04:40
수정
2018.11.19 10: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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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감이 있지만, 미국 국방수권법(NDAA)으로 주한미군 감축이 금지됐다는 것은 자세한 사정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주한미군 논의가 ‘기승전 국방수권법’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 데,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제의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은 788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지난달부터 내년 9월까지 1년 간 국방부 예산 7,170억 달러 규모의 집행을 다루고 있다. 미국은 예산편성 권한이 의회에 있어, 국방예산도 의회에서 법으로 통과시킨다. ‘국방수권법 2019’ 역시 지난 4월 하원에서 발의된 이후 수정돼 상ㆍ하원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됐다.

□ 작년 국방수권법에서는 ‘코리아(KOREA)’가 91차례 검색됐지만 올해는 57번으로 줄었다. 그 중 가장 주목을 끈 내용은 주한미군 병력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이는 데 국방예산을 쓸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현재 주둔 중인 2만8,500명에서 6,500명 이상 감축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후 국내에서 간혹 제기된 주한미군 감축ㆍ철군 우려는 쏙 들어갔다. 이 규정을 ‘미군철수 금지법’으로까지 평가하며 안심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국방수권법은 내년 9월까지만 유효한 한시법이다. 주한미군 감축 금지가 시한부 규정이라고 봐야 하는 셈이다. 그리고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선 이런 규정이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 전쟁선포 권한도 헌법상 의회에 있지만, 외부 위협에 국가를 방어해야 할 대통령의 전쟁개시를 막을 방도가 없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결국 눈여겨볼 것은 국방수권법 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다. 더구나 중간선거 이후 재선 가도에 파란 불이 켜지면서 과거 그의 발언들이 되살아날 조건이 성숙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물론 일본의 주둔 미군까지 ‘자산’이 아니라 ‘부채’로 인식하는 말을 해왔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어느 시점에서 미군을 빼고 싶다고 말해 한미 당국자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 국방수권법이 감축을 막을 보험인 듯 말하는 건 잘못일 수 있다. 우리 풍토에선 어떤 사안이 그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만 전달되면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한미군 감축에 제동을 걸었다는 국방수권법도 그처럼 진실과 허위의 사이에 놓여 있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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