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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선임 최저가 330만원, 서초동은 550만원... 여전히 높은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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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선임 최저가 330만원, 서초동은 550만원... 여전히 높은 ‘문턱’

입력
2018.11.17 09:00
수정
2018.11.17 09:5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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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2만명 시대 불구 비용 부담에 소송 포기 비일비재

변호사 82%, 수도권서 일해… 지방선 법률상담도 힘들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곽수영(가명ㆍ40)씨는 올 초 난생 처음 변호사를 선임했다. 사회인야구대회에서 벌어진 횡령 사건 때문이다. 곽씨 소속팀을 포함해 총 10개 팀이 경기장을 빌리고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모은 참가비 300만원을 운영자가 가로챈 것이다. 대회 참가를 위해 주말마다 연습하며 실력을 쌓은 팀원들은 물질적 피해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곽씨는 법률사무소를 찾았지만 손해액보다 큰 변호사 선임료를 듣고 법적 대응을 망설였다. “최저가가 330만원이었어요. 서초동 시가는 550만원인데 저렴한 가격이라는 말을 듣고 고민 끝에 변호사를 선임해 형사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도 냈습니다.”

변호사 2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국민이 느끼는 법률서비스 비용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이후 신규 변호사들이 대폭 늘었지만, 변호사 선임비용은 눈에 띄게 줄지 않았다. 법적 분쟁이 생겨도 피해액이 적으면 변호사 비용과 저울질하다 고소나 소송을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8년 차 변호사 민다영(가명ㆍ38)씨는 변호사비용이 로스쿨 도입 전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은 이유로 ‘변호사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꼽았다. “법률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기성 법조인들은 계속 높은 수입을 올립니다. 서울 서초동 수임료 하한선은 500만원대고 최근에는 330만원까지 낮춘 곳이 늘었죠. 형사사건은 700만~800만원에서 시작합니다.” 반면 선배 변호사에 고용된 젊은 변호사들은 박봉을 받고 일한다. 법률시장의 파이는 그대로인데 분배구조만 달라진 것이다. 살면서 변호사 선임을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분쟁을 겪는 일이 그리 흔하지 않으니, 법률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은 변호사비용 앞에 자신의 문제를 작은 일로 축소하고 변호사 선임을 포기하기 일쑤다.

서민에겐 여전히 비싼 변호사 선임료.법적 분쟁이 생겨도 피해액이 적으면 변호사 비용과 저울질하다 고소나 소송을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서민에겐 여전히 비싼 변호사 선임료.법적 분쟁이 생겨도 피해액이 적으면 변호사 비용과 저울질하다 고소나 소송을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변호사 수는 늘었지만 변호사 없는 지역인 무변촌(無辯村)이 여전히 많은 점도 국민의 체감온도를 낮춘다. 변호사 서울ㆍ수도권 쏠림 현상은 수치로 드러난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전국 변호사 2만553명 중 서울에서 개업한 변호사는 1만5,098명으로 73.5%에 달한다. 경기북부와 인천, 경기중앙회 등 수도권 지역에서 일하는 변호사를 합하면 82.4%(1만6,933명)가 서울과 수도권에 편중돼있다. 돈을 들여 법률상담을 받으려 해도 지방 소도시에선 변호사를 만나기 힘들다.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가 2013년부터 시행 중인 ‘마을변호사 제도’ 역시 전체 변호사의 80% 이상이 수도권과 대도시에 편중돼 읍ㆍ면 등 법률 취약 지역 주민들이 법률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까지 1,412개 읍ㆍ면ㆍ마을에 변호사 1,455명을 연결해줬지만, 대개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한 상담이 이뤄진다.

반면 변호사에 대한 대우는 확연히 달라졌다. 경찰청은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를 경정으로 채용하던 선발방식을 바꿔 2014년부터 경력 2년 이상 변호사를 경감으로 채용하고 있다. 대기업도 변호사 자격자를 과장급으로 선발하던 관행을 일찍이 대리급으로 낮췄다. 채용은 물론 주로 고소득자에게 약정 금액을 대출해주는 마이너스통장 한도액마저 변호사들을 눈물짓게 한다. 과거 사법시험에 합격한 연수생에게 1억원을, 신용등급이 좋으면 최대 2억원까지 발급해주던 ‘변호사 마통’은 이제 옛말이 됐다. 최근 시중은행에선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게 최대 1억원짜리 마통을 발급해주고, 연차에 따라 한도를 높인다. 공무원이던 연수생과 달리 아직 자격증을 소지하지 못한 학생 신분의 로스쿨생은 원칙적으로 발급대상이 아니다.

기성 법조인들의 텃새는 최근 로스쿨 졸업 변호사들의 말 못 할 고민이다. 로스쿨 1, 2기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90%에 육박한 점을 들어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 또는 ‘사법연수원 O기’와 같은 표현을 명함에 명시하는 변호사도 있다. “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차별화 전략인 셈이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한국일보가 최근 3년(2016~2018년)간 국내 대형로펌 5곳(김앤장ㆍ광장ㆍ태평양ㆍ세종ㆍ화우)에 취업한 변호사 322명의 출신 대학과 로스쿨을 전수조사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한국일보가 최근 3년(2016~2018년)간 국내 대형로펌 5곳(김앤장ㆍ광장ㆍ태평양ㆍ세종ㆍ화우)에 취업한 변호사 322명의 출신 대학과 로스쿨을 전수조사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대형로펌 취업 변호사들의 출신 대학과 로스쿨에 대한 전수조사 내용은 인터랙티브 그래픽(http://interactive.hankookilbo.com/v/lawfir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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