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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이 셀프감사, 내신부정 잡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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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이 셀프감사, 내신부정 잡을 수 있나

입력
2018.11.15 04:40
수정
2018.11.15 07: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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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교장, 교사의 성적 조작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교장, 교사의 성적 조작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숙명여고 시험문제ㆍ정답 유출 사건 이후 고교 내신을 비롯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내신비리를 전수조사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그러나 부정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시도교육청 감사는 인력부족 및 조사권한의 한계로 실효성이 크지 않은 상황. 그러다 보니 최근 일선 교육청이 사립유치원에 대해선 별도 감사팀을 꾸려 고삐를 죄는 것과 달리, 초중고교의 감사는 학교 자율에 맡기는 추세라 오히려 학생ㆍ학부모의 바람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학교자율감사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고 14일 밝혔다. 학교자율감사란 교원이 감사반을 꾸려 직접 학생평가ㆍ복무ㆍ회계 등 업무 전반을 감사하는 제도다. 감사반이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감사항목에 맞춰 하나하나 점검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면 교육청과 외부 전문가 등이 결과를 검토하는 식이다. 현재 경남ㆍ경북 및 대구교육청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서울시교육청도 지난달부터 27개 공립 초중고교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하는 등 제도 도입을 고려하는 교육청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학교자율감사가 각광받는 이유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감사적체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2010년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각 교육지원청에 있던 유ㆍ초ㆍ중학교 감사권이 시도교육청으로 통합됐고, 교육청 1곳이 감사해야 할 기관이 5~6배 많아졌다. 이에 따라 서울의 경우 통상 한 학교가 10년에 한 번, 경남은 14년에 한번 꼴로 감사를 받는다. 반면 자율감사를 도입하면 필요 시 학교가 매년 감사를 할 수도 있어 문제를 더 빨리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 교육청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행 자율감사 제도상 내부 감사직을 주로 교감ㆍ교무부장 등 보직교사가 맡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숙명여고 사건 같은 내신 부정을 밝혀낼 수 있겠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서울 A고 교사는 “몇 년 전 한 보직교사가 자기 자녀를 일방적으로 명문대 수시전형에 추천했다가 떨어진 일이 있었는데 당시 교육청이 실시한 종합감사에선 드러나지 않은 채 넘어갔다”며 “학교가 마음만 먹으면 전문 감사도 속일 수 있는데 자율감사는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자율감사를 시행한 학교에서도 면피성 제도로 전락하기 쉽다고 우려한다. 창원 B고 교사는 “교육청에서 나온 체크리스트를 교사들이 스스로 작성하는 식인데, 동료교사끼리 서로의 업무를 깐깐하게 감사하는 건 껄끄럽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감사가 제대로 됐어도 처분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자율감사결과에 따라 시교육청이 교사 13명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지만 근무성적평정 및 성과상여금에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사관리를 사실상 각 학교에 떠맡긴 상태라 이를 외부에서 관리하고 처벌할 시스템이 더 시급하다고 말한다. 조창환 좋은교사운동 교육정책연구소장은 “영국의 자격시험감독청처럼 내신평가 공정성 확보 가이드라인부터 출제ㆍ채점자 훈련에 이르기까지 확실한 외부검증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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