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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S 보고서 저자 버뮤데즈 “NYT 기사 제목이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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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S 보고서 저자 버뮤데즈 “NYT 기사 제목이 잘못됐다”

입력
2018.11.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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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개한 북한 삭간몰 기지의 상업위성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개한 북한 삭간몰 기지의 상업위성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미신고 시설’에 대한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거대한 속임수(great deception)’를 쓰고 있다고 주장한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짜 뉴스’로 규정한 가운데, 북한 전문가들은 NYT의 헤드라인은 상황을 과장한 표현이라며 해당 보도와 거리를 뒀다. 그러나 보고서 자체가 거짓은 아니라면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역시 회담을 앞두고 의제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보고서의 1차 저자인 조지프 버뮤데즈 CSIS 화상 분석 수석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뉴욕타임스의 보도 제목처럼 주장하진 않겠다”라면서 “북한은 최소 1960년대부터 대륙간ㆍ탄도 미사일 개발에 다양한 은폐 시도를 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은폐 작업은 미국이나 한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군사기술 개발 수준을 완전히 인식할 수 없게 하려는 의도였다”라고 말했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주요 정부가 북한 미사일 기지를 확인하기에 충분한 정보 확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이 연구를 통해 해당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를 대중의 기본적 논의 기반으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도 “일부 미국 언론의 기사가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선정적으로 보도됐다고 본다”라며 “북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추측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을 둔 정보를 바탕으로 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미사일 체계 개발을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기술관료를 동원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했고, 자신의 권력 집중을 정당화하기 위한 축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때문에 “북한인들이 스커드 탄도 미사일의 전시 위력을 실제보다 과대 평가하고 있으며, 일부 미국인들도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만 언급할 뿐 미사일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자 버뮤데즈 연구원은 “핵무기 발사에 이용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북미 간) 협상 테이블 위로 올라와야 하며, 이를 무시하는 것은 자기 기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이 멈췄다’라는 점을 자신의 대북 협상 성과 중 하나로 내세워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에서 인도 최대 명절 '디왈리' 축하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에서 인도 최대 명절 '디왈리' 축하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북한 분석가 “보도는 내용 호도지만 보고서 의미 있어”

보고서 및 보도와 관련해 스팀슨센터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국장의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북한 미사일 문제를 호도하고 있다”라는 논평을 게재했다. 시걸 국장은 논평에서 “실상 보고서는 NYT 기사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지 않다”라며 “삭간몰 미사일 기지와 15개 다른 기지는 오래도록 미국 정보부의 감시망 아래 있었다는 점을 보고서는 인정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삭간몰 기지의 미사일 등에 핵 탑재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한미 동맹군의 재래식 전력에 저항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고, 일본에 이를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성도 있지만 삭간몰 기지에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도 비슷한 관점으로 앤키트 팬더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매트’ 편집장의 기고를 게재했다. 팬더 편집장은 “뉴욕타임스의 기사 프레임은 북한 전문가들을 당혹케 했다”라며 “북한의 ‘거대한 속임수’ 같은 건 없다. 탄도미사일에 관해 북한과 협상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CSIS의 보고서는 “몇 가지 중요하고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다”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협상을 강력히 비판해 온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정치학과 조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NYT 보도가 과장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만큼은 맞다”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트럼프가 (미국의) ‘매파’들이 자신의 대북정책 성과를 빼앗아 가려는 것을 우려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논평했다.

그는 “트럼프가 실제로는 북한의 무장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무장해제 없이 공개 핵ㆍ미사일 실험이 없는 것만으로 외교 승리를 선언할 우려가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여전히 견제의 필요성이 있음을 피력했다. NYT의 보도에 문제가 있지만 CSIS의 보고서가 ‘외부에 덜 알려진’ 미사일 기지에 대한 정보를 분석해 공개한 것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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