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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신제품 실종… 한국인 위스키 입맛이 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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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신제품 실종… 한국인 위스키 입맛이 순해졌다

입력
2018.11.13 18:35
수정
2018.11.13 19: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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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이후 모두 30도대

디아지오 등 세계적 업체들도

한국에선 유독 부드러운 제품 주력

위스키 저도주 시장 김민호 기자/게티이미지뱅크
위스키 저도주 시장 김민호 기자/게티이미지뱅크

알코올 도수 40도가 넘는 독한 위스키가 국내 시장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독한 위스키를 내세우며 국내 주류 시장을 장악해온 글로벌 위스키 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고 30도대 순한 제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2015년 10월 이후 주요 위스키 업체가 국내서 출시한 신제품은 모두 40도 이하 낮은 도수 제품이다.

국내에 순한 위스키 열풍을 불러온 국내 업체 골든블루는 물론이고 페르노리카, 디아지오 등 세계 시장서 독한 위스키로 유명한 글로벌 업체들도 유독 한국 시장서는 순한 위스키만을 신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조니워커’ 브랜드로 유명한 디아지오는 2013년 40도의 17년산 위스키 윈저블랙을 내놓은 이후 국내 시장서 30도대 순한 위스키만 신제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발렌타인’으로 유명한 페르노리카도 2015년 임페리얼 네온 이후 30도대 제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콧대 높은 글로벌 위스키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순한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것은 국내 주류 시장에 순한 술 인기가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주 업계서 처음 불기 시작한 순한 술 선호 현상이 2012년 위스키 업체로 번진 후 점점 더 공고해 지고 있다.

특히 2016년 시행된 청탁금지법을 계기로 가벼운 술자리를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하며, ‘독한 술’을 찾는 소비자 수도 함께 감소하고 있다.

순한 술 인기는 ‘도수가 높을수록 잘 팔린다’는 위스키 업계의 오랜 불문율을 깨고 시장 판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2014년 19만 상자이던 40도 미만 위스키 출고량은 지난해 69만 상자로 3배 넘게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40도 이상 위스키 출고량은 157만 상자에서 89만 상자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판매 순위 변동도 심하다. 골든블루의 순한 위스키 ‘사피루스’는 수년간 정상 자리를 지켰던 디아지오의 ‘윈저12’를 밀어내고 지난해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판매 순위 10위권 내 낮은 도수 제품이 6개로 절반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위스키 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한국시장에서는 낮은 도수 위스키만을 신제품으로 내놓고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페르노리카는 지난달 출시한 순한 위스키 ‘스무스 12’를 홍보하기 위해 호텔 ‘반얀트리 글럽 앤 스파 서울’에 전용 몰트 바를 오픈했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남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콘셉트로 꾸며진 이 공간에서는 다이닝과 골프 아카데미 등을 경험할 수 있다.

김도희 페르노리카 코리아 홍보팀장은 “2016년부터 순한 위스키 제품을 론칭하면서 제품 라인을 계속 확대해 가고 있다”며 “독한 위스키를 판매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제품으로 한국의 순한 위스키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순한 위스키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 위스키 숙성 기한을 뜻하는 연산(年産) 표기 갈등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디아지오는 낮은 도수 제품 판매에 집중하면서도 최근 연산 표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하우 올드 아유’(How Old Are You) 캠페인을 시작했다. 페르노리카 역시 연산을 표기한 순한 위스키를 출시하며 디아지오와 같은 편에 섰다.

위스키 업체 관계자는 “양대 위스키 업체가 국내 순한 위스키 시장을 공략하면서, 시장을 선점한 국내업체 골든블루의 연산 표기 없는 제품을 공동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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