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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 노래 부르며 ‘발 쿵쿵’… 퀸 공연장에 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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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 노래 부르며 ‘발 쿵쿵’… 퀸 공연장에 온 듯

입력
2018.11.13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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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 

 퀸 음악 친숙한 40~50대 몰려 

 머큐리 돌출 치아까지 닮은 배우 

 퀸의 노래 22곡으로 몰입 높여 

전설의 록밴드 퀸의 멤버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미국 배우 라미 말렉에게 프레디 머큐리 역은 도전이었다. 머큐리의 시선 처리까지 배운 그는 이번 영화 촬영으로 음대에 들어간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전설의 록밴드 퀸의 멤버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미국 배우 라미 말렉에게 프레디 머큐리 역은 도전이었다. 머큐리의 시선 처리까지 배운 그는 이번 영화 촬영으로 음대에 들어간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위 윌 위 윌 록 유!”. 록밴드 퀸이 남긴 불멸의 히트곡 ‘위 윌 록 유’가 흐르자 정적은 단숨에 깨졌다. 쿵쿵, 쿵쿵... 어둠 속에선 발 구르는 소리가 하나 둘씩 포개졌다. 흰 러닝셔츠에 물 빠진 청바지를 입은 프레디 머큐리(1946~1991)가 ‘위 아 더 챔피언’을 선창하자 관객은 기다렸다는 듯 노래를 잇는다.

 아들, 며느리에 먼저 영화 추천 

지난 10일 오후 6시10분 서울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9관.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할 수 있는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상영회 막바지 20여분에 극장은 공연장으로 변했다. 퀸의 ‘라이브 에이드’ 무대 장면에서다. 머큐리의 열정적인 무대와 10만 관객의 뜨거운 함성. 1985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 세기의 공연은 스크린을 찢고 나올 만큼 생생하게 재현됐다.

1인칭 시점의 카메라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순식간에 허문다. 관객이 3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라이브 에이드에 참여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부인과 함께 영화를 본 이철민(45)씨는 “‘위 아 더 챔피언’ 노래를 따라 부르다 나도 모르게 울컥해 눈물이 나더라”라며 멋쩍어했다. 관객 이보경(60)씨는 “성소수자로 외로웠던 머큐리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우린 서로 믿잖아’라고 했을 때 가슴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20대에 퀸에 푹 빠져 살았다는 이씨는 지난 3일 아이맥스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뒤 싱어롱 상영관을 다시 찾았다. 이씨는 아들, 며느리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 이날 함께 왔다고 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한 장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한 장면.

 재관람 비율 2배… ‘LP바’서 퀸 노래 2차 

퀸의 일대기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가 극장가에 뜨거운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이 영화는 이달 11일까지 누적 관객 수 184만여명을 기록, 한국 영화 ‘완벽한 타인’과 극장가 흥행 쌍끌이 중이다. 성소수자와 록 음악이란 비대중적인 소재, 머큐리 대역을 한 미국 배우 라미 말렉의 낮은 국내 인지도 등을 고려하면 예상 밖 흥행이다. 퀸의 음악을 듣고 자란 40~50대 관객들이 추억을 찾아 극장으로 몰리고 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웅인(50)씨는 “고교 동창 모임을 8일 ‘보헤미안 랩소디’ 관람으로 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씨는 영화를 본 뒤 신촌역 인근 LP바로 가 퀸의 음악을 ‘2차’로 즐겼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상영 첫 주말(2~4일ㆍ약 52만명)보다 둘째 주말(9~11일ㆍ약 78만명)에 관객이 이례적으로 26만명이나 늘었다. 영화계에선 날이 갈수록 관객 수가 늘면 장기 흥행의 청신호로 해석한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이 젊은 20~30대로 넓어졌고,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음악 영화란 장르적 특성”(정지욱 영화평론가)이 주효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영화 개봉 후 11일까지 ‘보헤미안 랩소디’ 재관람률(5.1%)은 같은 기간 상영 중인 영화(2.2%)보다 두 배 이상 높다. CGV는 정중앙 스크린 외에도 양쪽 측면으로도 화면이 펼쳐지는 스크린엑스 상영관 객석점유율(38.5%)이 일반관(26.7%)보다 높다. 관객들이 영화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상영관에서 보고 또 보며 ‘N차 관람’을 한다는 뜻이다. 미국 영화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상영 2주째 주말 흥행 수익은 퀸의 고향인 영국(630만달러)보다 한국(700만달러)이 더 높다.

“퀸은 개그맨 최양락과 이봉원이 지상파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할 만큼 40~50대엔 친숙한 데다 멜로디 라인이 뚜렷한 음악을 좋아하는 국내 음악팬 취향”(김상화 음악평론가)이라 영화가 높은 인기라는 설명이 따른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한 장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한 장면.

 음반 판매도 8배 증가… ‘보헤미안 랩소디’ 가사는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화적 만듦새가 뛰어나진 않다. 영화는 서사구조가 헐거워 134분여 분의뮤직비디오에 가깝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로 명성을 높인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개성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캐나다 가수 마크 마텔이 머큐리의 목소리를 똑같이 소화한 음악이 몰입도를 높인다. 머큐리의 돌출 치아를 비롯해 무대 위 동작까지 똑같이 따라 한 말렉과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똑 닮은 배우(귈림 리)를 등장시켜 볼거리를 더한다. 무엇보다 관객의 마음을 뒤흔드는 건 퀸의 노래다. 영화엔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를 비롯해 ‘섬바디 투 러브’ 등 퀸의 노래 22곡이 등장한다.

극장가에 분 퀸 열풍은 음반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인터넷 음반 판매 사이트 예스24에 따르면 영화 개봉 후 8일까지 퀸의 CD와 DVD 판매량은 영화 개봉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8배가 늘었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삶을 산 머큐리는 1991년 11월 에이즈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 그의 나이 45세 때였다. 영화의 인기를 계기로 머큐리가 쓴 퀸의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의 창작 배경에 대한 궁금증도 새삼 커지고 있다. ‘마마, 저스트 킬드 어 맨’이란 노랫말은 어떤 맥락이었을까. 어린 사형수의 고백이라는 주장이 대체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무영 음악평론가는 책 ‘명곡의 재발견’(2015)에서 ”머큐리가 총으로 쏘아 죽인 사람은 과거 이성애자로서 오스틴(전 여자친구)을 사랑했던 자신이다”이라는 이색 주장을 내놓았다. 머큐리는 데뷔 전부터 교제한 메리 오스틴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백한 다음 헤어진 후 죽을 때까지 우정을 이어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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